효성 친환경 플라스틱 폴리케톤…코오롱인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CPI
국내 대표 화학섬유업체인 효성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10년 간 개발한 신제품이 두 회사 미래를 이끌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친환경, 플렉시블(Flexible) 소재 등 새로운 시장 수요에 발맞춘 제품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효성은 친환경 고부가가치 플라스틱 소재 폴리케톤을 전략 제품으로 삼아 해외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다. 효성은 2006년부터 10년 간 폴리케톤 개발에 약 50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2013년 세계 최초로 폴리케톤 개발에 성공했다.
폴리케톤은 대기오염의 주범인 일산화탄소(CO)로 만드는 친환경 신소재다. 폴리케톤 1톤을 만드는 데 일산화탄소가 약 0.5톤 필요한데 연간 폴리케톤 5만톤을 생산할 경우 소나무 380만그루를 심는 효과를 낸다.
친환경 소재라는 이점 뿐 아니라 제품 성능도 좋다. 충격에 대한 내구성은 나일론과 비교해 2.3배 뛰어나다. 화학물질에 견디는 내성은 30%, 내마모성도 폴리아세탈(POM)과 비교해 14배 넘게 우수하다. 기체 차단성에서도 가장 성능이 좋다고 알려진 에틸렌비닐알콜(EVOH)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폴리케톤은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내외장재 및 연료계통 부품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효성은 올해 초부터 폴리케톤 양산에 들어갔다. 4월에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최된 플라스틱 산업 전시회인 2016 차이나플라스(Chinaplas)에 참가해 제품 홍보에 적극 나섰다. 효성은 2021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울산에 연산 30만톤 규모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추가 설립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폴리케톤의 전망이 밝다고 예상한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세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은 2012년 851만톤(약 60조원)에서 2015년 977만톤(약 66조원) 규모로 매년 5% 이상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이 시장이 2030년 12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평중 석유화학협회 연구본부장은 "소재 시장에서 경량화 및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폴리케톤의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 관계자는 “폴리케톤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며 “세계 고성능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에서 폴리케톤이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화학섬유업체 코오롱인더도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투명폴리이미드(CPI·Colorless Polyimide)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코오롱인더는 2006년부터 10년 간 이 제품 개발에 투자했다.
CPI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 시장에서 강화유리를 대체하기 가장 적합한 소재로 인정받고 있다. 가볍고 얇지만 긁힘에는 강하다. 게다가 열 전도성이 낮고 투명하다. 강화유리에 없는 유연성도 갖추고 있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Display Search)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은 2018년 판매량 1억대를 넘긴 후 연 평균 40~50%로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CPI 수요도 이와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본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7년에서 2018년 사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며 “코오롱인더의 목표는 이 시기에 맞춰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인더는 상업 생산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코오롱인더는 6월 CPI 파일럿 설비를 완공했다. 파일럿 설비는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전에 시험적으로 짓는 소규모 생산 설비다. 전문가들은 이 설비가 생산하는 제품 품질이 실험실 제품과 비슷하면 코오롱인더가 곧바로 양산 설비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기 한화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대형 수요처가 국내에 있어 고객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코오롱인더가 선발 주자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