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시승 이벤트도 실효성 없어…엔진 오일 교환권은 중고사이트로 직행

 

“폴크스바겐 평생 엔진 오일 무상서비스 교환권 팝니다.“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에 폴크스바겐 엔진 오일 교환권 판매 게시글이 늘어나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소비자를 우롱한 것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는 없고 판촉 강화에만 힘쓰고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 차량 구입에 나서는 고객이 없는 탓이다.

19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카카오택시와 함께 차량 시승 이벤트를 열고 시승자 전원에게 엔진 오일 교환권을 배포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코리아가 카카오와 제휴를 맺고 7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시승 이벤트의 일환이다. 

 

 

폴크스바겐코리아가 카카오와 제휴를 맺고 진행하는 폴크스바겐 시승 이벤트 차량. / 사진 = 카카오택시
폴크스바겐은 자사 차량을 카카오택시로 무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배출가스 조작과 인증서류 조작으로 잃은 신뢰를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택시 차량 외관에 “폭스바겐과 카카오택시가 함께합니다”라는 문구를 게시하고 카카오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부착해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평생 엔진 오일 무상서비스 교환권은 올해 12월까지 폴크스바겐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 모두가 모든 차량에 사용할 수 있다.  또 폭스바겐 신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아이패드를 차량 내부에 비치해 차량 구매를 유도하는 한편 택시 이용 요금은 받지 않는다.


지난해 디젤게이트 이후 폴크스바겐은 국내 시장에서 대대적인 할인공세로 점유율을 지켜왔다. 하지만 환경부 리콜 명령에 책임감 있는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서 고객들의 불신이 커지자 판촉 방식도 달라진 것이다. 

 

폴크스바겐 시승 차량 내부에 비치된 아이패드. / 사진 = 배동주 기자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거부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사과가 아닌 환심을 사고 있지만 이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로 이동하는 동안 폴크스바겐 카카오택시를 이용한 한지연(여·28) 씨는 “시원한 물에 친절한 기사님 그리고 무료인 점 때문에 기분이 좋았을 뿐”이라며 “여론도 좋지 않고 폴크스바겐 차를 좋아하지도 않아 차량 구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 택시 시승 이벤트를 거절하는 고객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김재영(27)씨는 “폴크스바겐 택시 시승 당첨 문자를 받자마자 거절 버튼을 눌렀다”며 “폴크스바겐이 한국은 할인과 같은 마케팅 비용만 늘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지난 12일 아우디폭스바겐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해 인증취소 및 판매금지 결정을 내리자 중고거래 사이트엔 엔진 오일 무상교환권 판매 게시글이 급증했다.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의 게시글 기준 이달 11일까지 1개에 불과했던 판매 게시글은 12일 이후 이날까지 8일 만에 13개로 증가했다. 시승 이벤트 이용 고객 수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교환권 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중고나라에 교환권 판매 게시글을 올린 이모(여·32) 씨는 “시승 이벤트로 교환권을 받긴 했지만 어차피 폴크스바겐 차량을 구매할 생각이 없어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글을 올렸다”며 “최초 15만원 대로 형성된 가격이 지금은 2만5000원으로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