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현장 모르는 깜깜이 수주의 예고된 결말"

삼성물산이 무리하게 광산개발에 나섰다가 천문학적인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3년6월 수주한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탓이다. 공사는 마무리 단계지만 삼성물산은 리스크 관리 오류, 불리한 계약 구조, 하도급 관리 역량 부족 등 여러 문제들이 동시에 불거지면서 총체적인 어려움에 빠져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삼성물산 철광 개발사업인 로이힐 프로젝트 실패를 부각하는 기사를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2일 삼성물산이 해당 프로젝트 주요 공사를 마무리하고도 하청업체들과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고 전했다. 11일엔 사업진행 시기의 업황부진과 함께 삼성물산의 밑지는 계약형태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자 특집기사에서 "삼성물산은 탄광 개발에 뛰어든 지 2년만에 7억 달러 이상 손해봤다"고 지적했다.   

로이힐 프로젝트는 호주 서부 필바라 지역 매장량 24억톤 규모의 철광산에서 철광석을 처리하는 플랜트와 이를 운반하는 340㎞ 철도, 항만 등을 설계·구매·시공하는 초대형 공사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3년 로이힐홀딩스로부터 56억 호주달러(한화 6조5000억원)에 수주했다. 이는 당시 삼성물산 매출의 25%에 해당했다. 해외 자원 인프라 분야로는 국내 건설업계가 따낸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물산은 곧바로 로이힐 광산에서 채굴한 철광석을 수출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처리 공장을 세우고 철도와 항만 인프라를 개발했다. 그러나 수주 당시 기대와는 달리 주요 공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평가가 좋지 않다.  

당초 해당 수주는 포스코건설‧STX중공업 컨소시엄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이들 컨소시엄은 현지에 직원을 파견해 약 1년 7개월 동안 현지사정을 익히는 등 노력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최종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입찰 3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삼성물산이 가세해 56억 호주달러를 적어냈다. 63억 호주달러를 써낸 포스코건설‧STX중공업 컨소시엄은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한화 약 6600억원에 달하는 가격차이가 희비를 갈랐다. 

지난해 12월 로이힐 광산 현장에서 채굴한 철광석을 선박에 싣는 모습 /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덤핑 수주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해당 업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경쟁하던 컨소시엄은 현지에 직원을 파견해 2년 가까이 분석한 결과로 수주액을 적어냈는데 삼성물산은 치적쌓기에 혈안이 돼 덤핑 계약한 것”이라며 “오죽했으면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인 이희범 STX중공업 당시 회장이 청와대에 국부유출이라며 탄원서를 제출했겠나”라고 주장했다.

덤핑 수주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것이 ‘지나리스크’다. 공사 발주처인 로이힐홀딩스의 대표이자 로이힐 광산의 최대주주인 지나 라인하트(Gina Rinehart)는 호주 현지에서 강력한 반노조성향을 갖고 있기로 악명높다. 지나가 발주하는 프로젝트는 유독 손실이 많이 발생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삼성물산은 이러한 사실을 참작하지 않은채 오히려 입찰가를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낮게 적어냈다.

 


삼성물산은 일반적 계약 형태와 달리 불리한 계약을 체결했다. 통상 공사금액 초과분을 광산기업, 즉 발주처와 분담한다. 삼성물산은 발주처의 광산 수출계획일인 지난해 8월 공기를 맞추는 과정에서 발생할 모든 초과비용을 자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또 공사가 공기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로이힐홀딩스에 계약 위반액까지 내기로 했다. 결국 삼성물산은 공기 지연에 따른 보상액을 내야 했다. 이 프로젝트는 계획된 일정과 예산을 모두 벗어났고 결국 지난 1월 삼성물산은 이 계약으로 인해 10억 호주달러(한화 8600억원)의 손실을 상각처리했다. 

이 사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로이힐 프로젝트는 8개 운하를 가로지르고 주위에는 범람하기 쉬운 황무지가 있는 열악한 조건이다"며 "광산개발 경험이 없는 삼성물산이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곤경에 빠졌다”고 밝혔다.

앞으로 손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스페인 건설사 두로펠게라는 이달 초 삼성물산을 상대로 밀린 공사대금 6500만 호주달러(한화 560억원)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두로펠게라의 라울 세라노 영업부장은 삼성물산으로부터 공사대금 1억달러(863억원) 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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