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실효세율 20년사이 28%에서 16%로…재정건전성도 '위태'
지난 10년간 담배가격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두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법인세 실효세율(공제 항목을 제외하고 실제로 적용하는 세율)은 오히려 내렸다. 이에 전체 조세액에서 15%를 차지하는 법인세는 그대로 두고 서민에게 부담을 떠안겼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기업의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은 1994년 28%에서 2014년 16%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기준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 최고세율은 일본 34.62%, 미국 35.1%, 독일 39.2%, 프랑스 34.4%인데 비해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4.2%(지방소득세 2.2% 포함)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5.3%)보다 낮았다.
그동안 국가부채는 빠르게 늘었다. 정부는 해마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렸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38조원 적자였다. 지난해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9%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들어 불어난 재정적자가 역대 정부 중 최대 규모였다.
이에 20대 국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법인세 정상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가채무 감내할 만한 수준 vs. 위험 수위 도달
여야는 국가 재정건전성이 위험한 수준이라고 진단했지만 정부는 아직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2월 “국가채무 비율이나 부채 증가 속도는 양호하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에 줄곧 반대해왔다. 정부는 2017년에도 법인세율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법인세 인상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19대 국회에서부터 법인세 인상을 주장해왔다. 국민의당은 더민주보다는 법인세 인상에 조심스럽다. 10년전 수준으로 법인세율을 정상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법인세율을 두고 야당과 팽팽히 맞서던 새누리당 내에서도 몇몇 의원들은 당론과 다른 입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중앙일보와 한국정치학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청원·유승민·나경원 의원 등은 점진적으로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20대 국회에선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 윤호중 더민주 의원이 각각 1호 법안으로 법인세 정상화 법안을 발의했다. 각 의원들은 세수 증대효과를 각각 3조6000억원과 3조원으로 집계했다. 김동철 의원의 법인세 개정안은 100억원 초과 200억 원 이하인 과세표준 구간을 신설해 현재 20%인 법인세율을 2012년 이전 세율인 22%로 환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윤호중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 대기업 세율을 22%에서 25%로 정상화하는 내용이다. 윤호중 의원실 관계자는 “본 법안은 과세표준 500억원 미만의 대기업은 적용대상이 아니다”라며 “법인세율 인상보다는 정상화에 훨씬 가깝다. 경기하방리스크 등 부정적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재정건전성 강화 필요성에 동의...야당 공조가 변수
전문가들은 국가채무가 심각하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게다가 공기업 등 숨겨진 부채까지 더하면 국가 부채는 안심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법인세 인상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법인세율 인상이 근로자나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법인세 인상이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권영준 경희대학교 교수는 “참여정부시절부터 법인세율을 낮춰왔지만 효과가 전혀 없었다”며 “법인세를 낮춰주되 1~2년 후 법인세율을 재평가하는 일몰제로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법인세 인상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고용감소, 투자 위축 등 타격이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인세 실효세율이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해왔기 때문에 참여정부 마지막 수준으로 올릴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율 정상화 카드가 필요하면 쓸 수도 있다는 얘기다.
향후 법인세 인상 논의는 두 야당의 공조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율을 인상할 것인지, 정상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율 정상화 또는 인상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