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NXC 대표, 뇌물공여 시인…게임 신작들 대부분 흥행부진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한국 게임업계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넥슨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다. 김정주 NXC(지주회사) 대표는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주식 특혜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데 이어 검찰에 소환조사까지 받았다. 더욱이 김 대표가 주식 특혜 제공 사실을 인정하면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넥슨이 지난 1~2년간 출시한 신작 게임들은 연달아 흥행에 실패했다. 게다가 얼마전 출시한 ‘서든어택2’가 선정선 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가뜩이나 안좋은 넥슨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신작 게임들 연달아 흥행실패…믿었던 서든어택2 마저

넥슨이 최근 겪고 있는 상황은 내우외환이라는 사자성어에 딱 들어맞는다. 넥슨은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국내 유저들이라면 한번씩은 접해봤을 만한 흥행작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도 1조8086억원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출시하기 시작한 모바일게임 성적도 좋은 편이다.

문제는 넥슨의 주요 라인업이라 할수 있는 PC온라인게임 신작 대부분의 흥행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넥슨은 2014년 12월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클로저스’를 출시했다. 클로저스는 출시 당시 오프닝 애니메이션까지 선보이며 유저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했지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해 7월에는 메이플스토리의 정식 후속작 ‘메이플스토리2’를 시장에 선보였다. 메이플스토리2는 PC방 게임점유율 5위 안팎에 진입할 정도로 초반 분위기는 어느 정도 괜찮았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2 역시 원작인 메이플스토리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게임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넥슨은 연이은 신작 게임의 흥행부진에도 불구, 계속해서 새로운 게임들을 선보인다. 지난해 12월에는 온라인 RPG ‘아르피엘’을 출시했다. 아르피엘은 동물의 특징을 본뜬 학생 캐릭터를 내세우며 학원물 액션게임이라는 생소한 세계관을 선보였다. 출시 초기에는 독특한 콘셉트로 인해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다.

넥슨 신작의 흑역사는 ‘트리오브세이비어’와 ‘서든어택2’에 가서 절정에 치다른다. 트리오브세이비어는 ‘라그나로크’,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제작한 IMC게임즈(대표 김학규)가 만든 신작으로 출시 전부터 유저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됐었다. 당시 사실적인 3D 그래픽이 주류를 이루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동화책 같은 느낌의 2D 그래픽을 선보이며 전작인 라그나로크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출시되자 마자 유저들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각종 버그와 미숙한 게임운영, 미친 듯한 게임 시스템 등으로 유저들은 등을 돌렸다.

넥슨은 지난 7일 서든어택의 정식 후속작 서든어택2를 출시했다. 4년의 개발기간, 제작비 300억원을 투입한 대작 1인칭슈팅게임(FPS)이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전작과 비교해 그래픽외에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자 유저들은 혹평을 쏟아냈고 핵심 여성캐릭터들은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넥슨은 여성 캐릭터를 삭제하는 극단적 조치까지 취했다. 그러나 한번 등을 돌린 유저들은 마음을 주지 않았다. 출시 첫날 PC방 점유율 7위에 입성했던 서든어택2는 현재 10위권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오너리스크에 빠진 넥슨…확률형 아이템 공개법안도 ‘난처’

김정주 NXC 대표는 지난 13일 진경준 검사장에게 주식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 특임검사팀이 12일 김 대표의 자택 및 제주도 사무실, 넥슨 판교 사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지 하루만이다.

진 검사장은 2005년 넥슨 측으로부터 4억여원을 빌려 비상장주식 1만주를 사고 1년 뒤 주식을 다시 넥슨에 10억여원에 판 뒤 넥슨재팬 주식을 샀다. 이후 진 검사장은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해 몸값이 오른 넥슨재팬 주식을 지난해 팔아 12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

게다가 넥슨이 고가 승용차인 제네시스를 제공한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검찰은 지난 6일 특임검사를 임명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주식 특혜 제공등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을 받을 것이란 의견이 유력한 상황이다. 2005년 당시 뇌물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었고 2008년 당시에도 뇌물죄의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뇌물공여는 공소시효 10년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더불어 김 대표는 NXC가 운영하는 부동산 임대 자회사인 엔엑스프로퍼티스(구 위젯)를 자신과 부인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 와이즈키즈로 편입할 당시 부당한 내부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여야 모두가 발의한 ‘확률형 아이템 공개 의무’ 법안도 넥슨에게는 악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그동안 게임업계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주도로 자율규제안을 마련해 지난해 7월 시행했다. 하지만 자율규제안에 19세 이상 게임이 빠져있고 확률공개도 구간 공개 및 아이템 구매 시 공개가 아닌 홈페이지 공개 등으로 인해 실효성 논란이 일어 왔다.

이에 여야는 강력한 공개 의무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도 담겨 있다. 넥슨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을 많이 판매하고 있어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확률을 공개한다고 해서 당장의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과 관련해 기업의 노하우를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넥슨 사태’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넥슨이 위기에 빠진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번 넥슨 사태로 인해 게임업계 전반적으로 사기가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게임업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나빠지지 않을까 염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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