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사 살아남기 위한 출혈 경쟁 가열될 것”

 

독일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 국내 판매 딜러사들이 사면초가에 처했다. 판매량은 떨어지는 데 딜러권 매각은 여의치 않다. 소음·배기가스 인증서류 조작사건이 불거진 이후 폴크스바겐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커진 탓이다.

제품이 조작됐다는 사실은 모른 채 판매에만 열을 올렸던 딜러사들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딜러사 관계자는 “인증 서류 조작에 대해서 알았다면 벌써 딜러권을 반납했을 것”이라며 “이제는 딜러권을 반납하거나 매각하려 해도 다른 업체에 넘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폴크스바겐 딜러사 GS엠비즈가 지난 6월 폴크스바겐에 딜러권을 반납하기까지 약 8개월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GS엠비즈는 지난해 10월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논란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즉각 사업 철수 검토에 나섰지만 딜러권 인수자 물색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지난 6월 GS엠비즈는 폴크스바겐 공식 딜러인 마이스터모터스에 폭스바겐 3개 전시장과 2개 서비스센터 운영권을 이전하고 임대료를 받는 형식으로 딜러권 반납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GS엠비즈는 마이스터모터스에 운영권을 이전하기에 앞서 다른 딜러사인 아우토플라츠와도 인수협의를 진행했지만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폴크스바겐 판매 딜러인 클라쎄오토 역삼 전시장 전경. / 사진 = 클라쎄오토

 

딜러사가 딜러 사업을 철수하고 싶어도 인수 업체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은 갈수록 더 심화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하반기 폴크스바겐의 국내 시장 영업이 원천 봉쇄되고 시장 퇴출이 현실화 되고 있다”며 “폴크스바겐 판매 딜러 사업에 나서는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환경부는 지난 12일 아우디폭스바겐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해 인증취소·판매금지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아우디폭스바겐이 리콜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자동차 정기검사 때 불합격 처리하고 운행 정지 명령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폴크스바겐 국내 판매 최대 딜러이자 유일하게 인증 중고차를 판매해왔던 클라쎄오토는 지난 3월 중고차 사업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쎄오토는 지난해 9월 배출가스 조작 사태 이후 중고차 거래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폴크스바겐 판매실적 감소도 딜러사에겐 큰 짐으로 작용한다. 딜러사는 은행권에서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자금을 차입해 운영한다. 차량 판매가 줄면 곧장 사업 위기로 이어진다.

올해 상반기 폭스바겐의 판매실적은 총 1만246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8635대와 비교해 33.1% 급감했다. 특히 지난 6월 한 달 동안 1834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4321대와 비교해 절반 이하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딜러사는 딜러권 매각을 추진하고 다른 수입차 브랜드로 이전을 결정해야 하지만 운영권 이전조차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영업점에서는 계약 취소나 구입 결정을 유보하려는 고객을 잡기 위해 애를 태우고 있다.

지방 소재 폴크스바겐 전시장에서 근무하는 한 딜러는 “상담을 오는 고객 수부터 확연하게 줄었다”며 “고정급을 줄이고 한번 열심히 해보자고 하고 있지만 상황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줄고 딜러권 매각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앞으로 폴크스바겐 딜러사 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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