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콘텐츠 유행 경향 뚜렷…2016년이 기점될 것
게임 마니아들이 속초로 모이고 있다. 이들은 속초에서 ‘포켓몬 고(Pokemon Go)’를 해볼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구글 지도 기능이 작동하는 곳이 속초이기 때문이다. 이미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포켓몬 고를 체험하기 위해 속초로 떠난다는 게시글과 속초행 버스가 매진된 캡처 사진 등이 올라오고 있다.
갑작스런 AR 게임 유행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포켓몬 고 사용자는 모바일 기기 화면을 통해 실제 장소에서 가상 캐릭터인 포켓몬스터를 발견하고 수집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출시 후 앱 스토어 내려 받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AR보다 각광 받던 VR(가상현실)이 킬러 콘텐츠 부재로 아직 육성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과 대비된다. 모바일 게임에 밀려 고전했던 닌텐도는 니안틱(Niantic)과 함께 포켓몬스터 캐릭터가 등장하는 AR(증강현실) 게임을 새로 내놨다. VR은 스포츠라는 콘텐츠를 통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
◇ 게임 통해 AR 상업화 문 열려
일각에선 포켓몬 고를 AR 콘텐츠 성공사례를 꼽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위치기반 서비스(LBS)와 유명 캐릭터라는 성공 요인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켓몬스터는 원래 어린이용 게임 캐릭터였으나 1990년대 후반 TV방영용 만화로 큰 인기를 끌었다.
캐릭터를 제외하고 플레이 방법이 비슷한 게임은 몇 차례 나왔다. 공동 개발사인 Niantic은 이미 구글 지도 기능을 바탕으로 명소에서 포털(Portals)을 수집하는 게임을 낸 적이 있다. Niantic은 2010년 구글 사내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2015년 독립했다. 구글 지도 기능을 이용한 이번 게임은 그동안의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푸시알림으로 할인 혜택을 공지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한층 진화한 형태이다. KT는 몬스터를 획득하는 사용자에게 쿠폰을 제공했다.
업계에선 기존 실패 사례 탓에 AR 기술이 구글 글라스(Google Glass) 같은 스마트 안경이나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를 통해 본격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기술이 뜻밖에 게임 분야에서 선방하고 있다.
한 핀테크 전문가는 “어떤 기술이든 히트작이 나오면 급격히 대중화하게 마련”이라면서 “구글이 이번에 그런 것 처럼 그때까지 꾸준히 투자하고 노하우를 축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아직 느린 VR, 스포츠 행사로 도약할까
스포츠가 360도 VR 산업을 일으킬 콘텐츠로 주목 받고 있다. 통신 속도 외에 기술은 대부분 완성된 상태에서 인기 콘텐츠가 등장해야 산업이 커질 수 있다.
2016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휩쓸었던 VR은 기대했던 것만큼 빨리 대중화되지는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당시 신제품 프리미엄 단말기를 공개하면서 VR 헤드셋과 보급형 360도 카메라까지 내놨다. 4월에는 VR 헤드셋 대표 개발사인 오큘러스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출시했다.
그러나 한 미디어 분야 전문가는 “헤드셋이 무겁고 눈이 피로해 사용자가 15분 이상 볼 수가 없다”며 VR 콘텐츠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런 불편함에 콘텐츠 용량이 크다는 점까지 맞물려 기존 VR 콘텐츠는 짧고 단순한 편이다. 화질도 기존 4K HD에 훨씬 못 미친다. 구글도 세계 언론인에게 360도 VR 콘텐츠를 공유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영상 정보를 저장할 서버 확보문제는 완전히 풀지 못했다.
스포츠 생중계와 모바일 기기는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스포츠는 대형 행사로서 대중성을 겸비한데다 여러 비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인기 스포츠를 모바일 화면으로 시청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미국 유료방송 업체 컴캐스트(Comcast)는 2016 리우올림픽 경기를 VR로 생중계 한다. 삼성전자도 NBC와 손 잡고 VR중계를 선보인다. VR 콘텐츠 업체 넥스트VR(NextVR)은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협상하는 중이다.
KT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5G올림픽으로 만든다는 슬로건을 내놨다. 360도 VR도 이 5G 콘텐츠 중 하나다. 이미 KT 위즈 시범경기도 360도 영상으로 중계한 적이 있다. 5G 통신 기술이 완성되면 고화질 VR 영상도 전송이 가능하다.
360도 동영상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면 헤드셋이 없어도 감상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기울이면 간단하게 상하좌우 화면이 보인다. 안경처럼 가볍고 눈이 피로하지 않은 수준으로 제품이 나오지 않는 이상 헤드셋으로 장시간 감상은 어렵다.
한 KT 관계자는 “오큘러스는 PC기반이라 한계가 있다”며 “AR만큼 VR 산업에서도 휴대성이 중요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