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낙하산 사장 반대" 집회…“대우조선해양 전철 밟지 말라”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왼쪽), 조응수 전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

대우건설 후임 사장 인선 작업에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납득하기 힘든 사장 선임 진행일정 번복에 더해 최근에는 정치권 외압 의혹까지 불거지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우건설이 낙하산 인사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대우조선해양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 측은 사장 최종후보 결정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낙하산 반대 집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18일 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낙하산 사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19일에는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당초 21일로 예정돼있던 사장 최종후보 결정 이사회가 20일로 앞당겨지자, 노조 측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인선 사정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다.

지난 5월부터 진행된 대우건설 사장 선임 과정에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대우건설 사장은 5명(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인사 2명, 대우건설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가 후보자 공모와 서류심사, 프리젠테이션, 최종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 뒤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된다. 사추위는 지난달 10일 이같은 절차를 거쳐 현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과 이훈복 대우건설 전략기획본부장(전무)의 최종면접까지 마치고 최종 후보자 선정만을 앞두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두 후보자 모두 회사 내 요직을 두루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아온 만큼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사추위는 지난달 말 돌연 기존 사장 인선 작업을 중단하고 외부 인사를 포함해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대우건설 사장은 회사 내부 임원 가운데 선발돼 온 만큼, 업계에선 낙하산 인사가 안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달 8일까지 다시 진행된 신임 사장 공모에는 내‧외부 인사 20여 명이 지원했다. 이후 최종후보 선정을 위한 토론 과정에서는 사추위원들 간에 고성이 오갔다. 한 심사위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사이 최종 후보는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전 사장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곧바로 최종 후보로 발탁된 두 명 가운데 한 명인 A씨를 탈락시키라는 성명서를 냈다. 사장 공모시 자격요건 중 하나인 해외 수주능력이 전혀 없는데도 서류심사를 거쳐 최종후보로 선정된 것이 정치권 외압에 의한 낙하산 인사의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유력 정치인이 A씨를 사장으로 밀고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이 이를 강행하려 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며 “정치권은 민간기업 사장 인선에 권력행사를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은행은 부실기업에 대한 채권을 기업 지분 전환하는 방식으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때문에 자회사 인사 발탁때마다재량적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며 따가운 눈총을 받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그러나 연매출 10조원, 직원수 6000명 이상의 대형 건설사 수장 선임에 해외건설 무경험자를 추천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쯤 되자 업계에서는 낙하산 인사가 수장에 오를 경우 발생할 우려도 벌써부터 제기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잘못된 낙하산 인사 하나로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으로 말이 많지 않나.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경우 대우조선해양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국내 건설산업의 성장을 고려해서라도 능력을 갖춘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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