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 동반되지 않은 증시 오름세 한계"

국내 증시가 상승하고 있지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사진=뉴스1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서며 상승 분위기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글로벌 지수의 상승 랠리를 이끌었던 원자재 가격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더불어 코스피가 2000선만 넘어서면 나오는 습관적 매물이 이번에도 출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코스피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24일 브렉시트 영향으로 장중 1892.75까지 떨어졌던 지수가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 13일과 14일 연이어 2000선을 지지했다. 이는 14거래일만에 2000선을 회복한 것이다. 브렉시트 여파에 대한 우려가 약화됐고 미국 금리 인상 지연, 국내외 통화·재정 정책 완화 기조 등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기간 지수 상승에는 외국인의 역할이 컸다. 외국인은 지난달 29일 이후 하루를 제외하곤 11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중이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누적 기준으로 2조99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은 1조8788억원, 개인은 4030억원 누적 순매도를 기록한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증시의 상승 기조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달 글로벌 증시의 기폭제가 됐던 원자재 가격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원자재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수요가 약화한 것이 위험요소로 꼽힌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2월 이후 이어진 주식시장 랠리의 근본 동력이 리플레이션(물가·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자재 가격 상승이 동반되지 않은 주가 상승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중국 수입 증가율은 지난 6월 달러 기준으로 8.4% 감소해 예상치를 밑돌았다. 구리, 원유, 철광석 등 원자재 수입 감소가 뚜렷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 경기를 잘 반영한다고 해서 ‘닥터 코퍼(Dr. Copper)’라고 불리는 구리 가격은 14일 기준 톤당 4920달러 수준으로 지난 3월과 4월 톤당 5000달러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국제 유가 역시 지난 3월과 4월 배럴당 50달러를 상회했지만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글로벌 실물 경기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원유와 구리 등 추가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소위 박스피라 불리는 국내 증시 흐름도 지수 상승을 제한할 전망이다. 박스피는 코스피가 1800선에서 2100선 사이에 갇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상황을 말한다. 지난 4~5년간 코스피는 박스 하단인 1800선에선 매수 규모가 커지고 2000에 다다르면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현상을 보이면서 2100선을 넘지 못하는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에도 2000선이 넘자 기관을 중심으로 매도하는 현상을 보여왔다. 이번 상승 흐름에서도 기관은 펀드 등을 운용하는 투신을 중심으로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후 기관은 한차례를 제외하고 1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보였다. 지수가 오르자 펀드 환매 물량등이 규칙적으로 나온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브렉시트로 폭락했던 지수가 오르자 펀드에서 최근 8거래일 연속 환매가 나왔다”며 “증시가 모처럼 오름세를 타고 있지만 기관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에 자금 유입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지수 상승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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