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 안된 국정화교과서 홍보비 27억 무단 지출…예비비 결산 불승인
국회 예결위 결산심사에서 지난해 예비비가 엉뚱한 곳에 쓰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교육부는 지난해 역사교과서 개발과 홍보에 편성된 예비비 43억8800만원 가운데 26억9600만원만 집행했는데, 집행액 전체를 홍보비로 사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예비비가 배정되기도 전에 쓰여서 국가재정법 위반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편성한 예산이다. 편성 시 국회에서 총액에 대한 심사만 이루어진다. 배정과 집행과정에서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예비비를 예측 불가능한 지출에 사용하지 않고 국회에서 반대하는 사업에 예비비를 끼워 넣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예비비가 지난 4월 2일에 배정됐는데 3월 19일에 이미 다 써버렸다. 이건 중대한 법 위반”이라며 “신문매체에 5억, 방송매체에 1억7700만원을 국정화교과서 홍보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정화교과서 문제는 여론수렴이 필요한데 일방적으로 정부홍보로 밀어붙이기 위해 예비비를 지출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예측불가능성이나 시급성 기준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에 쓰이는 예비비를 사업비도 아닌 홍보비로 지출할 수도 있냐”며 “국가재정법을 개정해서라도 홍보비를 예비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예비비를 승인받기 전에 사용하는 것은 안된다고 본다”며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에서는 해당 분야 예비비 결산승인을 불승인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국정화교과서 홍보비로 지출된 예비비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3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비비 지출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며 감사원 감사 청구를 주장했다. 박영선 의원은 서비스산업발전법 홍보비와 국정교과서 홍보비로 예비비를 지출한 것에 대해 “시스템에 따라 예비비를 지출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람의 특정한 오더에 따라 예비비를 홍보비로 돌려 지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같은 경우, 주차난 해소를 위해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데도 이와 같은 실생활 연관 예산 지출에는 기재부가 매우 각박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발생한 예비비 수요 1조6854억원 가운데 실제 집행된 금액은 1조6491억원이었다. 앞서 예비비 편성액은 3조 1633억원이었고 부족분은 추경에서 충당했다.
나라살림연구소 관계자는 “국회가 결산심사에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는 것뿐이다. 추경은 전쟁, 재해, 외환위기 정도 급박한 상황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예측할 수 없었던 일에 대해서는 예비비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비비를 국회가 반대하는 사항에 전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