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수출의존도 높아 중국이 칼자루 쥐고 있어…"카드 쉽게 쓰지 못할 것" 시각도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AHHD)의 배치 지역이 경북 성주군으로 결정된 가운데 향후 중국이 무역보복에 나설지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對) 중국 수출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보호무역 강화 등 무역보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3일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사드배치 문제로 한중간 통상마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중국의 한국에 대한 비관세 조치가 (이전보다)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실무자간 협의 채널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재계는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탓에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를 취하면 한국이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다며 걱정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마늘파동이 그 예다. 당시 한국정부는 국내 농가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중국산 마늘에 대해 31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중국의 무역보복조치가 바로 이어졌다. 중국은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결과는 중국의 완승이었다. 당시 한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마늘은 900만달러 정도였지만 금지된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은 5억달러가 넘었다. 결국 한국정부는 중국과 비밀협상을 통해 마늘의 관세율을 예전 수준인 30%로 돌려놓고 3년간 의무수입을 한다는 조건으로 휴대폰 수출을 재개할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중국이 주변국과 벌인 무역분쟁 사례를 볼 때 이번에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라며 “전 산업에 걸쳐 중국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한국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밝혔다.
제조·식품·관광업 등 전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를 걱정하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은 면세점 매출로도 연계된다”면서 “만약 중국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해 관광제한 조치를 펼 경우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공식품에 대한 통관거부 비율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 정부의 통관품목을 보면 가공식품이 전체 약 57%(1117건)를 차지한다. 전체 통관거부도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섬유·직물,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분야도 지난해 각각 207건과 95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많은 산업분야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쉽게 무역보복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에서 수입되는 전기·전자 부품 품목의 경우 중국내 일부산업을 위해선 반드시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천용찬 선임연구원은 “WTO 가입국인 중국으로서도 국제법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쉽게 보복 조치를 단행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전자통신 부품 등은 한국과 중국의 분업구조가 확실하다보니 국내산에 대해 보복을 가할 경우 중국 경제도 바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보호무역 조치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