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다수 8·15 특사 후보로 거론…야당·시민단체 반대 목소리 높여
정부가 추진 중인 8·15 광복절 특사에 대기업 총수 이름이 거론되며 또다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비리 기업인 사면권 제한 공약이 공염불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경제위기 상황을 지적하며 "국민들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즉각 사면심사위원회 구성 준비에 들어섰다. 사면심사위는 위원장인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법무부 차관, 검찰국장,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에 외부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법무부는 현재 일부 공석인 외부위원에 임명할 대상을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이번 주 내에 구성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면심사위에서 특별사면 대상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취하지만 향후 대통령 재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사실상 대통령 의중이 크게 반영되는 구조다. 지난해 8·15 특별사면 당시 정부 관계자도 "사면은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권한"이라며 "실무적으로는 법무부에서 상신하지만 대통령의 의지로 봐도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번 특별사면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새누리당 의원 초청 오찬에서 박 대통령에 건의한 특별사면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한 형식이었다. 정 원내대표는 당시 옆자리에 앉은 박 대통령에게 "국민 통합 분위기를 진작하기 위해 분야별로 규모 있는 특사 조치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즉각 "좋은 생각이시다"고 호응했다.
대기업 총수 사면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펴낸 대선공약집에는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임기 첫해와 둘째 해에 사면 명단에 대기업 총수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특별사면을 비판하는 발언을 연이어 한 바 있다. 성 전 회장이 과거 노무현정부 말기이던 지난 2007년 12월 특별사면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과거 사면을 비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같은 해 8월 당시 수감 중이던 최태원 SK 회장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 당시 법무부는 사면 명단을 발표하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절제된 사면"이라며 "명확한 기준과 원칙"에 의해 사면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제인의 경우 최근 형 확정자, 형 집행률이 부족한 자, 현 정부 출범 후 비리사범, 벌금·추징금 미납자 등은 철저히 제외했다"며 이전 정권들의 특별사면과 차별화를 두려 애썼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죄질, 피해 회복 여부, 형기 복역 정도, 사면 전력 여부, 사회 기여 정도, 향후 경제발전 기여 정도 등을 종합 고려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사면 기준이 올해도 적용될 경우 박근혜정부 이전에 기소된 대기업 총수 상당수가 사면 후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야당들은 특별사면 자체에 대해선 찬성 입장을 보이면서도 정치인과 재벌 총수들이 포함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2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제 형량을 사는 것이 법치이고 경제 정의이며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며 "(과거) 재벌 총수 사면이 차고 넘쳤는데 경제가 살아났나"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