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ISA 유치고객 65% 투자성향 분석 안해…불완전판매 후유증 우려

은행권의 과도한 ISA 고객 유치 경쟁으로 은행과 지점, 직원 간 경쟁이 발생하며 ISA 불완전판매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 사진=뉴스1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 전부터 가족과 지인 등에게 연락해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 각 지점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계좌 유치가 개인 업무평가와 성과급 산정 기준이 되고 지점별 평가에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ISA 계좌와 상관없는 고객을 붙잡아놓고 ISA 설명과 가입 권유를 하기 시작했다."

은행권의 ISA 고객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불완전판매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과 지점, 직원 간 경쟁이 ISA 출시 전부터 나타났다고 밝혔다. ISA가 고객 한 명당 한 계좌만 가입할 수 있다 보니 생긴 경쟁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창구 직원들은 '1만원만 넣은 ISA 통장을 만들어 보라'는 식의 판촉 활동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기관이 ISA를 '국민재산늘리기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홍보를 하고 나서면서 은행권의 고객 유치 경쟁도 치열했다"며 "특히 1인 1계좌라는 특성과 의무가입기간이 최대 5년이라는 점에서 은행이 고객 선점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점 내에서 실적이 좋은 직원을 공공연하게 칭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기준으로 NH농협은행 유치 ISA 고객 18만7606명 가운데 65%인 12만1939명에 대한 투자성향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EB하나은행도 42만8594명의 가입자 중 13만6161명(31.8%)의 투자성향을 분석하지 않았다.

이어 국민은행 5.1%, 기업은행 4.5%, 우리은행 3.4%, 신한은행 2.0%, 경남은행 0.9%, 전북은행 0.1% 등 순으로 고객의 투자성향 분석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 관계자는 ISA 고객 유치를 위해 고객 투자 성향과 원금 손실 감내 등 여부를 묻지 않았다는 지적에 "투자성향 분석이라는 게 현장에서 보면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금보장형 상품이 고객에게 맞다고 해도 ISA가 소액을 시작으로 장기 투자하는 방식이라 고객 입장에서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반감되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에 대해 잘 몰라도 수수료 등을 이유로 중위험과 고위험에 먼저 투자하겠다고 말하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ISA계좌에 1만원 등 소액계좌가 많은 것에 대해서는 "ISA는 의무가입기간이 긴 상품이다. 적금처럼 매월 적립해 나가는 계좌라는 점이 특징이다. 소액 계좌 발생은 불가피한 면"이라며 "은행 직원도 가입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액 계좌를 만들고 다만 여유 자금 발생 시 수익률을 보면서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ISA 특성에 맞는 투자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성향 분석을 하지 않은 점에 대해 "투자성향 분석을 생략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있다"며 "고객이 이러한 절차가 필요 없다고 판단해 '투자 권유 불원서'라는 확인서를 작성하면 투자성향 분석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이는 투자경험이 있는 고객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예외적인 사항인 만큼 파생결합상품 등 고위험 상품이 담길 수 있는 경우 ISA 가입자 투자성향 받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장 고객의 손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도 투자자 보호에 소홀하면 위반행위로 간주해야 한다"며 "일반 고객 다수에게 투자성향 분석을 하지 않은 것은 편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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