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영업이익 1700억원 증가…"유동성 위기 탈피" 판단은 아직 일러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7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창립 62주년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사진=동국제강

 

동국제강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불과 2년 전까지 부도 위기에 몰려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동국제강의 반등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국제강이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동국제강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8월이 넘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해와 비교해 발표 시기가 빨랐다. 철강업계 중에서도 가장 빠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실적 개선 폭이 커 대략적 실적만 빨리 발표했다”고 밝혔다.

동국제강은 2분기 별도기준(잠정) 매출 1조1657억원, 영업이익 9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5% 떨어졌지만 영업이익이 156.4% 급증했다.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7.8%, 영업이익은 140.3% 늘었다.

상반기로 범위를 늘리면 실적 개선 폭이 더 크다. 동국제강은 상반기 매출 2조1554억원, 영업이익 1402억원, 당기순이익 39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00억원 가량 늘어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에 198.9% 급증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2분기 건설용 강재인 컬러강판, 봉·형강 판매량 증가가 주효했다”며 “지난해 구조조정 이후 냉연, 봉·형강, 후판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고 수익 구조도 안정됐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2014년 부채비율이 207%까지 올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었다. 회사 주력 상품이던 후판 가격이 중국발 공급과잉과 조선업 침체로 폭락한 탓이었다.

제품 구조를 변경하기 위해 동국제강은 후판 생산 라인을 3개에서 1개로 줄였다. 냉연과 봉·형강 제품 생산량을 늘렸다. 대표적인 후판 업체에서 수익성이 높은 냉연 업체로 변모했다. 1분기 품목 별 매출 비중을 보면 냉연 35%, 봉강 30%, 후판 18%, 형강 17% 순이다. 


동국제강은 사업구조 재편과 함께 비핵심자산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힘썼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4월 사옥인 서울 중구 페럼타워와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지분 등을 전량 매각했다. 부채비율은 1분기 기준 189.9%까지 떨어졌다.

1분기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으로 동국제강은 지난달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예상보다 1년 빨리 졸업했다. 지난달 한국기업평가는 동국제강 신용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2월부터 생산한 코일철근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고 3분기 컬러강판 공장 증설이 마무리되면 하반기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동국제강이 2분기 깜짝 실적을 올렸지만 체질 개선에 완전히 성공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분기는 국내 건설 업황이 워낙 좋았다. 동국제강 뿐 아니라 다른 철강사들도 좋은 실적을 기록했을 것”이라며 “완전히 체질 개선에 성공한 건지 업황을 잘 탄 건지는 건설 비수기인 하반기 실적이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건설경기 침체가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반기 국내 건설 수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6% 줄어들 전망이다.

만기가 다가오는 회사채와 차입금도 부담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국제강이 2016년, 2017년 말까지 갚아야 하는 회사채는 각각 1046억원, 5430억원 규모다. 1분기 기준 동국제강 순차입금도 2조4740억원으로 이자비용만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이 하반기에도 2분기 같은 실적을 올린다고 계산하면 올해 동국제강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4000억~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면 회사채와 차입금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하반기 국내 건설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 실적이 하락하면 동국제강이 유동성 위기를 다시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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