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요구부터 13% 인상까지…세종대왕 동상 점거 시위도
알바노조는 오전 11시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라고 주장했다. 알바노조 측은 정부와 여당이 최저임금 결정이 임박한 현재에도 어떤 입장도 내고 있지 않다며 이들에게 책임있는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의 합의로 결정한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공익위원이 낸 최저임금안을 두고 투표를 진행한다. 2017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동결(6030원)을, 근로자위원은 1만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심의시한일(지난달 28일)을 2주 넘겼지만 양측은 수정안도 내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알바노조 박정훈(31), 김하린(20), 김서윤(20)씨는 11시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단상 위로 올라가 기습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은 이들이 내건 기자회견 펼침막을 즉시 회수했다. 단상위로 올라간 김서윤씨는 “학기 중 알바를 하지 않으면 등록금을 낼 수가 없다. 지금도 하루 종일 알바를 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알바 노동자의 외침을 방관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김하린씨는 “매년 고작 몇백원씩 오르는 최저임금으로는 알바노동자의 존엄을 보장할 수 없다”며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 발언을 인용해 “알바노동자는 개돼지가 아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최저임금위원회는 수정안도 내지 않은 채 대립하고 있다”며 “올해도 공익위원들의 부담이 크다.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따라서 정부도 최저임금 결정에 책임이 있다. 최저임금위에 책임을 미루지 말고 전면에 나서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정건(24), 홍현우(25), 박정훈(31), 김하린(20), 김서윤(20)씨 등 알바노조 조합원들은 11시 40분 기자회견 도중 경찰에 연행됐다.
경실련은 12시 서울정부청사 정문에서 최저임금을 최소 13% 올릴 것을 당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논의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독일, 미국, 영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이 대폭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소득 불균형을 바로잡고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한 “경제, 경영, 노동법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90.5%가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에 동의한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시점과 관련, 4~5년 내라고 답한 전문가는 56.8%(54명), 2017년이라고 답한 이는 23.2%(22명)”이라며 “전문가층도 최저임금인상에 동의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근로기준법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그 20일 전인 7월 16일까지 최저임금안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주에 추가로 예정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없는 것을 감안할 때 이날 열리는 최저임금위원회 12차 전원회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