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멤버스 영업 압박 지나치다"…학생 상대로 영업하다 쫓겨나기도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6곳 노동조합들이 멤버십 가입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회사를 지목해 집단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KEB하나은행 직원 일부는 이로 인해 지난달 금감원으로부터 구두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 탓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하나 멤버스가 직원들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나 멤버스는 하나금융그룹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회원은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하나 머니를 적립하고 대형 멤버십과 제휴 포인트를 모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김정태 회장은 KEB하나은행 출범 한달만인 지난해 10월 하나 멤버스를 출시하면서 “핀테크의 성공적 모범 사례”라고 언급했다. 하나 멤버스는 출시 이후 39일 만에 회원 100만명, 8개월 만에 500만명을 모집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 멤버스 가입 실적을 은행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했다. 그러다 보니 모 지점 직원들이 고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멤버스 가입을 권유하다 교사들 항의로 철수하기도 했다. 학교 학부모와 교사들은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KEB하나은행 관계자를 불러 구두 경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하나은행 직원들이 한 고등학교 앞에서 멤버스 가입을 권유해 학부모 민원이 접수됐고 과거 마라톤 대회 등 행사장에서도 하나은행 직원들이 멤버스 가입을 권유하는 문제로 불편을 겪은 분들의 제보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하나 노조도 민원을 접수했을 정도"라며 "리테일 사업부 관계자 등을 불러 구두 경고 조치했다"고 말했다.
◇타 은행 직원에게 카드·멤버스 가입 권유하기도
타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들은 실적 압박은 모든 은행 직원들에게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은행 직원은 "본점에서 지점마다 목표를 주는데 진도율이 좋아야 지점 등수도 잘 받고, 지점장들은 지점 성과에 따라 평가 받기 때문에 직원들이 실적 압박은 느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들은 최근 들어 KEB하나은행이 유난히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 은행 직원은 KEB하나은행에 다니는 지인이 타 은행에 다니는 자신에게 멤버스 가입을 부탁했다며 “실적 압박을 느끼는 듯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본부 차원에서 강압적으로 멤버스 가입을 유도한 적은 없다. 직원 일부가 의욕이 넘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과 달성 스트레스 심각
하나금융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전체가 하나 멤버스 자체에 올인하다 보니 압박이 심해졌고 불건전 영업이 이뤄졌다”며 “논의 끝에 지난달 하나 금융지주 산하 전체 계열사 노동조합들이 공동 대응으로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금감원에서 구두 경고 조치했고 앞으로 많이 개선될 것"이라며 "계열사 직원들은 하나 멤버스 가입 권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압박에 대한 문제 제기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윤석헌 전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 산업이 우간다(81위) 수준이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은행들이 가시적인 단기 목표 달성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라며 “하나은행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금융 산업이 이에 연연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