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헬로비전 거래 잇달아 실패…마르스 효자 될 듯, 맥도날드 인수 관심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헬로비전 본사 로비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전면 불허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지난 4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에 발송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의 심사보고서에는 공정위가 이번 M&A를 경쟁제한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주식매매 체결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뉴스1

 

콘텐츠와 외식, 바이오를 중심으로 ‘포스트 이재현’ 열쇳말 찾기에 골몰하는 CJ가 M&A 협상에서 웃고 울기를 반복하고 있다. 8개월 간 표류하다 무산 위기에 처한 CJ헬로비전 매각은 뼈아프다. 3년을 공들인 중국 매화그룹 인수 역시 결렬된 바 있다. 다만 CGV의 터키 마르스 인수는 효자가 될 듯하다. 앞으로 관심은 한국맥도날드 인수가 될 전망이다.

이재현 회장이 장기간 공백상태에 처하면서 CJ 안팎의 관심은 자연스레 ‘포스트 이재현’으로 모아졌다. 하지만 이 회장의 장남(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이 26세에 불과해 결국 포스트 이재현의 첫 단추는 사업 재편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사업 재편의 3대 열쇳말은 콘텐츠와 외식, 바이오다.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겠다는 복안이다.

CJ헬로비전 매각은 CJ E&M 중심으로 그룹 내 콘텐츠 사업을 재편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선택이었다. CJ헬로비전은 23개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통해 415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케이블TV 1위 업체다.

하지만 IPTV 등장 이후 방송과 모바일의 결합이 산업 미래를 좌우할 핵심 좌표로 떠올랐다. CJ그룹이 과감하게 업계 1위 CJ헬로비전을 시장에 내놓은 배경이다. CJ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는 방송사업자 전략이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콘텐츠산업의 패러다임이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도 CJ의 이 같은 선택을 유인했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콘텐츠 선진국인 미국 뿐 아니라 신흥국인 중국에서도 OTT가 커지니까 국내 수출전략도 거기에 맞춰 다듬어지고 있다”며 “넷플릭스와 HULU에서 드라마피버와 비키까지 모두 성공모델”이라고 설명했다.

OTT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CJ헬로비전이 한국형 넷플릭스로 키우려던 업체가 바로 ‘티빙’이다. 이 때문에 CJ헬로비전 매각 거래 직전에 ‘티빙’을 CJ E&M에 넘겼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 티빙 직원들은 CJ E&M으로 소속이 바뀐 상태다. 사실상 CJ E&M 중심으로 문화산업 구상을 가다듬겠다는 의지표명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불허 결정에 따라 매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이 기획이 모두 어그러진 모양새다. 당장 CJ헬로비전 내부 분위기 추스르기가 과제로 떠올랐다.

CJ헬로비전의 최대주주인 CJ오쇼핑 측도 당황한 모습이다. CJ오쇼핑은 매각으로 생긴 자금을 활용해 글로벌 브랜드 M&A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었다. CJ헬로비전 매각 무산으로 인해 또 다른 M&A 전략이 차질을 빚은 셈이다.

바이오분야도 CJ가 염두에 두는 미래 먹거리다. 그 핵심에 선 CJ제일제당 역시 M&A에 적극적이다. 중국 매화생물과학기술그룹과의 협상은 가장 큰 규모의 인수거래였다. 매화는 연매출 2조원 규모의 중국 1위 바이오업체다. 화학조미료와 아미노산 생산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한다. CJ는 매화를 인수하기 위해 3년을 공들였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24일 인수금액, 거래구조, 조건 등에 대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을 종결했다고 공시했다. 특히 매화가 갖고 있는 중국 내 생산기지를 확보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금액을 따져보면 인수 무산이 차라리 낫다는 판단도 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순차입금이 5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무리한 인수금액 지불은 주가에 되레 악재”라고 설명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대신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중국 기능성 아미노산 업체 하이더의 지분 100%를 360억원에 인수하며 실속을 챙겼다.

8000억원을 들인 CGV의 터키 마르스엔터테인먼트그룹 인수는 매출 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터키 콘텐츠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정 CGV대표는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터키 마르스는 85개 극장과 700개 스크린을 가진 유럽 내 가장 큰 사업자”라며 “터키 시장 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으로 시장 확장할 계획까지 갖고 들어간 것”이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성장이 정체된 국내 극장산업 환경 탓에 CGV가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영화제작자는 “어쨌든 시장에 비해 극장이 너무 많아져서 1위인 CGV도 좌석을 채우기 힘들어진 건 사실”이라며 “이제 영화소비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한 신흥시장은 CGV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요충지”라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CJ푸드빌의 한국맥도날드 인수로 모아진다. CJ그룹은 지난달 29일 한국맥도날드 인수전과 관련해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에 LOI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예상매각가는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국맥도날드 인수는 CJ 계열사 간 상당한 시너지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이득은 중소기업적합업종 출점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맥도날드가 자리한 골목상권이 많아서 굳이 신규출점 이슈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현재 CJ푸드빌의 제빵 브랜드인 뚜레쥬르 등은 이 규제로 인해 신규출점에 어려움을 겪는상태다.

CJ푸드빌의 사업 다변화에도 한국맥도날드는 요긴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문목 CJ푸드빌 대표는 지난 4일 “사전조사 차원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 한 것”이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맥도날드는 바로 주문해서 가져가는 형식의 퀵서비스 레스토랑 운영 역량이 뛰어나고 CJ푸드빌에는 아직 이같은 형태가 없는 만큼 퀵서비스 레스토랑 운영 방식이 궁금하다”고 밝혔다.

다만 맥도날드 본사 측은 중국맥도날드와의 패키지 매각에 관심을 뒀다고 알려졌다. 패키지 매각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면 매각가 역시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잇따른 M&A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그룹사 입장에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른 식품 계열사 입장에서 한국맥도날드는 매력적인 매물이다. 한 CJ그룹 내 식품계열사 관계자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CJ푸드빌이 맥도날드를 인수했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식자재와 가공식품 등을 다루는 다른 계열사들도 맥도날드를 통해 새로운 영업망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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