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의원, 7일 상법·세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발표

 

일감몰아주기 혐의가 드러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20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본확충펀드 11조원 등 혈세를 투입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한 가운데 총수 일가와 경영진의 일감몰아주기 행태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남상태(66)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대학 동창이 운영하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댓가로 뒷돈 20억여원을 챙기고 회사 자금 5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사장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19대 국회에서도 정호준, 김기식, 민병두, 김용태, 이종훈 의원 등이 일감 몰아주기 방지법을 발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법망을 피해가는 기업이 많다. 재계의 반발로 원안에서 물러난 개정안이 통과된 데다 기존 법이 다루지 못한 내용도 많은 탓이다. 이중 민병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아예 통과되지 못했다.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를 신설해 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일감 몰아주기와 회사 기회 유용 행위를 금지했다. 동법 시행령에서 지배주주 등이 일정 비율(상장 30%, 비상장 20%)이상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효율성·긴급성·보안성의 사유가 있으면 규제 적용을 받지 않다는 예외 조항이 재계 요구로 포함됐다. 또 현대글로비스는 지분매각을 통해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29.99%로 낮춰 규제를 피해갔다. 이처럼 업계는 계열사 합병 등 편법을 동원해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낮추는 식으로 법망을 빠져나갔다. 


20대 국회에선 야권을 중심으로 규제 조항을 강화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안 통과에 유리한 지형이 형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병두 더민주 의원도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김동철 의원은 지난달 7일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재벌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계열회사의 지분요건을 상장, 비상장회사 모두 10%로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다. 김동철 의원은 “최근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한 조사(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이 무려 134조8천억 원에 달하지만 이 중에서 규제대상 기업(48곳) 내부거래 금액은 6조5천억 원에 불과하다. 또 규제대상이 아닌 계열사 778곳 중 절반이 넘는 400곳은 2012년에 비해 오히려 내부거래 금액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세금 없는 부의 이전과 경영권 대물림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만큼 일감몰아주기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병두 의원은 19대 국회에 이어 20대에서도 정무위에 배정됐다. 민 의원은 8월 법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 법은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기업에만 적용된다. 그런데 공기업을 비롯해 총수가 없는 상호출자기업에서도 일감몰아주기가 심각하다”며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발의를) 준비하고 있고 구체적인 방안을 생각 중이다. 8월 쯤 초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채이배 의원은 7일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채이배 의원은 '재벌개혁통'으로 불린다. 재벌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10년여간 시민단체에서 일했다. 채 의원이 공정거래법, 상법, 세법을 세트로 엮는 일감몰아주기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혁신적인 법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양혁승 연세대학교 경영대학교 교수는 “일감몰아주기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4차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경제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게 만든다. 국가적 대응도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또한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권이 유리한 국면”이라며 “내년 대선이 있기 때문에 야권이 이를 중요 의제로 상정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감몰아주기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야권의 의지는 확고하다. 김성식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는 산적 경제다. 보부상 보고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격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하청기업 간 단가 쥐어짜기가 빈번하다. 이를 시장경제라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며 “노골적으로 시장경제 자체를 왜곡하는 일감몰아주기는 시급히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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