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4년 끌다 "사실 확인 어렵다" 면죄부…소비자 피해 책임 못 물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중 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조사 4년만에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냈다. 담합 의혹에 따른 은행 이득과 소비자 피해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게 됐다. 금융소비자원은 소비자 소송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6일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SC은행 등 6개 시중 은행의 CD금리 담합 의혹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김석호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은 "심사관이 증거를 잡아 제출했지만 해당 자료만으로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심의 절차 종료 근거로 은행들의 CD금리 발행 시점 격차가 큰 점을 제시했다. 전원회의는 정재찬 위원장과 김학현 부위원장, 김석호 상임위원 등 9명으로 이뤄졌다.
전원회의는 "담합 실행을 위해 CD를 발행해야 하는데 발생 시점의 격차가 상당하다. 최대 3년 9개월까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전원회의는 CD발행 담당자의 메신저 대화도 정황 근거로서 부족하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 심사관들은 담합 의혹 대상 은행 CD발행 담당자들이 합의 성립 시기 발행시장협의회 메신저를 통해 CD발행 금리 관련 의사를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전원회의는 "메신저에 CD에 관한 대화가 일부 있으나 CD 발행시 전일자 고시수익률로 발행하자는 합의 내용 관련 대화인지 판단이 어렵다"며 "발행시장협의회에는 CD발행을 담당하지 않는 자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사실상 무혐의 결론으로 담합 의혹을 받던 은행들은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다.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CD금리 담합 의혹 대상 은행들이 이와 관련해 얻은 이익은 2010년~2012년 6월까지 4조1000억원이다. 피해자 규모는 약 500만명이다.
이러한 공정위의 결과 발표에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공정위가 CD금리 담합 의혹 조사를 4년간 끌어오다 정치적 판단에 의해 무혐의 결론을 냈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원은 진행중인 은행 CD금리 담합 의혹 관련 소비자 소송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 실무진 측에선 은행권 CD금리 담합이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공정위가 전체회의를 자꾸 미뤘다. 4년간 조사를 끌어오면서 대상 은행들과 법무법인에 소명 기회도 이례적으로 길게 줬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지금 시점에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은행에 부과하면 기업 구조조정에 영향이 가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본다.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책임지는 이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소비자 1700여명이 참여한 소비자 소송을 진행중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차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CD금리 담합 의혹 사건 관련 자료를 공정위와 해당 은행에 정보공개청구하겠다. 공정위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실무자간 채팅방(메신저 대화)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업 실무자 채팅방이 존재해선 안된다. 은행들이 관행적으로 고착화한 것이다. 금융업계는 이를 숨겨오다 발각됐다. 이러한 관행은 시장구조를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2012년 7월 공정위는 시중 금리가 하락하던 시기 은행들 CD금리가 유지되자 담합 의혹 조사를 시작했다. 공정위 심사관들은 이들 은행이 2009년부터 CD발행 금리를 금융투자협회 전일 고시 수익률 수준으로 발행키로 담합했다고 봤다. 담합으로 금리를 높여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