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영향 재부각…외국인, 기관 쌍끌이 매도세

코스피가 2%넘게 하락하며 장중 1950선이 무너졌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로 다시금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자극된 것으로 분석된다.

6일 오후 12시 20분 기준 코스피는 전날보다 41.73포인트(2.05%) 내린 1948.73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지수는 9.74포인트(0.49%) 내린 1980.11로 출발했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도에 장중 한 때 일 최저점인 1945.57까지 떨어졌다.

같은 시각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82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도 1382억원어치를 매도하면서 지수 하락을 도왔다. 개인은 홀로 3769억원어치를 순매수 중이다. 프로그램매매를 통해서도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1604억원어치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주는 대다수가 하락세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잠정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서 3.27% 떨어진 142만1000원에 거래 중이다. 한국전력(-0.34%), 현대차(-3.70%), 네이버(-1.73%), 현대모비스(-2.75%), 삼성물산(-1.97%), SK하이닉스(-3.77%) 등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동반 급락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10.10포인트(1.46%) 하락한 682.56를 나타냈다. 코스닥 시자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49억원, 139억원어치를 팔고 있다. 개인은 726억원어치를 순매수하고 있다.

이날 급락세는 브렉시트 영향으로 유럽 금융 안정성에 대한 문제가 재부각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연합에 속해 있는 은행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의 기촉제가 되는 모양새다. 이들의 부실 대출 규모가 늘고 있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해 유럽연합 내 은행들의 성장 둔화 우려까지 맞물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밤 미국과 유럽 증시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5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08.75포인트(0.61%) 하락한 17840.6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4.40포인트(0.68%) 낮은 2088.55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9.67포인트(0.82%) 떨어진 4822.90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유럽증시도 통화 완화책을 내놓은 영국을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DAX30 지수는 1.82% 내려간 9532.61에 장을 마감했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69% 떨어진 4163.42에 각각 문을 닫았다. 또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 역시 1.72% 하락한 2812.88을 기록했다.

특히 금융주 위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증시에선 금융업종이 1.5% 이상 내렸다.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가 각각 2.8%, 2.6% 이상 급락했다. 유럽에서는 전날 이탈리아 은행업지수가 3.5% 급락한데 이어 이날도 금융업종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영국 생명보험사인 스탠다드라이프와 아비바가 각각 5.2%, 3.9% 하락했다. 영국 금융 서비스회사인 프루덴셜도 4.48% 하락 마감했다.

이와 같은 금융주 하락세는 유럽 내 은행의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시작됐다.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칼 등 일명 피그스(PIIGS·포르투칼,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을 지칭하는 말) 은행 부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유럽에 미칠 피해가 더 즉각적이고 심각할 수 있다며 특히 이탈리아 은행 부문에 가장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 은행의 대출 중 17%는 부실 대출이다. 이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 은행들의 부실대출 비율 5%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 대출 액수는 모두 3600억유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4배 폭증했다.

브렉시트 결정도 유럽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한 성장둔화로 부실대출이 더욱 늘어나 은행의 수익과 자기자본이 더욱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은행주의 폭락으로 고객들이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로렌조 코도노 전 이탈리아 재무부 심의관은 "브렉시트는 이탈리아에 완전한 은행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만약 브렉시트로 인한 우려가 즉각 다뤄지지 않는다면 유로존의 대폭락 위험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외에도 포르투칼 은행은 2011년 해외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에도 여전히 부실채권과 맞서 싸우고 있다. 스페인 은행인 방코포풀라르 에스파뇰은 부동산대출 부실로 인한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25억유로의 유상증자를 했다가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럽 은행권 전반에 부실이 산적한 상태”라며 “유럽 은행 부실 문제가 브렉시트로 규모가 커지게 되면 2008년과 같은 금융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유럽 은행 문제를 모니터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6일 국내 증권 시장이 브렉시트 영향의 재부각으로 2%대 급락하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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