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5조2000억원 예상…두산 위기 극복에 호재

소형건설장비 제조사 두산밥캣이 연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키로 하면서 두산그룹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두산그룹이 겪고 있는 재무 위기는 2007년 잉거솔랜드(Ingersoll Rand)로부터 당시 업계 1위인 밥캣(Bobcat)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두산은 이 시기 소비재 중심의 사업 구조를 중공업 중심의 중후장대 사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두산은 밥캣 인수 과정에서 전체 인수 비용(49억달러) 중 60% 이상을 밥캣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 차입금을 밥캣이 벌어온 영업이익으로 갚아나간다는 계획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밥캣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두산그룹은 차입금을 충당하기 위해 증자, 대여 등 자금을 끌어왔고 이마저 쉽지 않자 리파이낸싱(대출규모, 금리, 상환기간 등 재조정) 방법을 동원했다. 업계에선 이 때 금융 비용이 두산그룹을 늪에 빠뜨린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번엔 반대로 두산밥캣 상장을 통해 그룹을 구할 자금을 구할 수 있게 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4일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지난 3월21일 상장을 위해 한국투자증권, JP모간과 대표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다. 공동주관사는 한화증권, 신영증권, HSBC증권, CS증권이 맡았다.

당초 두산밥캣은 미국에서 상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서 상장할 경우 기업공개(IPO) 시장이 큰 미국에서 흥행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있었다. 또 무엇보다도 미국 상장 절차가 북잡해 상장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경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북미 주택건설 시장 호조세를 감안하면 기업가치 평가 측면에서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며 “두산밥캣 본사가 한국에 있고 상장 비용, 투자 유인 등 여러 측면에서 한국 시장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두산밥캣은 트랙로더 등 소형 건설장비 제조사로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다. 임직원은 약 5200명으로 북미와 유럽, 아시아에 법인만 33곳을 꾸렸다. 두산 밥캣은 초반 적자를 만회하고 2011년부터 흑자 기조를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4조405억원에 영업이익 38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그대로지만 영업이익은 12.1% 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두산밥캣의 상장 이후 시가총액을 최대 5조2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두산이 밥캣을 인수할 때 지불한 돈이 49억달러로 약 4조5000억원이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상장으로 인수 대금이 넘는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럴 경우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이 가지고 있는 두산밥캣의 지분 가치는 자사의 시가총액을 뛰어넘게 된다. 두산밥캣 지분은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삽밥캣의 지분 66.6%을 가지고 있고 두산엔진은 11.8%를 소유하고 있다.

두산밥캣 예상 시총 5조2000억원을 대입한 두산엔진의 두산밥캣 보유지분 가치는 6136억원이다. 두산엔진의 시총은 약 2400억원으로 자신이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가치의 38% 수준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은 약 1조5300억원이다. 보유한 두산밥캣의 지분가치가 최대 3조46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재무구조의 개선이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최고 알짜 기업인 두산밥캣 상장으로 그룹 차원의 위기 극복을 꿈꾸고 있다”며 “다만 두산밥캣이 상장으로 조달된 자금이 자사 성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회사 재무 건정성 회복에 쓰인다는 것은 흥행에 있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흥행에 실패할 경우 그룹은 다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두산밥캣이 하반기 코스피 상장에 나서면서 흥행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 사진=두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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