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시올 인수 철회로 글로벌 10위 화학사 계획은 차질 불가피

 

롯데케미칼이 '오너리스크'에도 2분기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사진은 우즈베키스탄 수르길에서 이홍렬 UZ-Kor 대표이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오너에 대한 검찰 수사로 진통을 겪고 있지만 2분기 실적은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납사분해설비(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바탕으로 생산한 폴리에틸렌(PE·Polyethylene), 폴리프로필렌(PP·Polypropylene) 등 주력 제품의 마진이 확대된 까닭이다. 삼성SDI로부터 인수한 롯데첨단소재 실적도 2분기부터 반영된다.


증권업계에선 롯데케미칼 2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 내외를 기록할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이 기록한 영업이익 64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롯데케미칼이 역대 최고 수준의 이익을 낸 것을 감안하면 올해 2분기 실적도 높은 수준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이 2분기 국내 화학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주력 제품의 마진 확대다. 롯데케미칼이 납사분해설비를 바탕으로 생산하는 PE와 PP 스프레드가 2분기 개선됐다. 스프레드는 제품 가격과 원재료 가격 차이로 스프레드가 넓을수록 화학사 수익이 커진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4월 이후 축소하던 동아시아지역 PE, PP 스프레드가 반등하고 있다”며 “중국이 G20 회의를 앞두고 재고를 축적하는 등 이유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납사(Naphtha)의 재고평가 이익도 발생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월 4일 배럴당 36.45달러를 기록한 납사 가격은 7월 1일 기준 44.53달러까지 올랐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 제품을 만드는 원재료인 납사 가격 상승으로 롯데케미칼은 2분기에 450억원 가량의 재고평가 이익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4월 롯데케칼이 삼성SDI로부터 인수한 롯데첨단소재 실적이 2분기부터 반영된다. 업계에서는 롯데첨단소재가 2분기에 영업이익 약 700억원을 올릴 것으로 추정한다. 롯데첨단소재는 폴리카보네이트(PC)와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등 고기능성 합성수지를 주로 생산한다.

롯데케미칼의 2분기 호실적은 회사가 겪고 있는 대내외적 상황과 비교했을 때 고무적이다. 롯데케미칼의 지주회사인 롯데그룹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 중에 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일본 롯데물산과 불필요한 수수료 거래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두 회사의 거래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롯데케미칼에 관련 자료를 내달라고 요구했으나 롯데케미칼은 일본 주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검찰은 두 회사 간 거래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일본 사법당국에 형사 사법공조까지 요청한 상황이다.

게다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형제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도 치열하다.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에 대한 검찰 수사 장기화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을 글로벌 10위 화학사로 키우겠다고 천명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 가던 중이었다. 신 회장은 대형 인수합병(M&A)로 롯데케미칼의 규모를 키우고자 했지만 이번 검찰 수사로 이 전략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이 인수 의지를 보였던 미국 화학사 액시올(Axiall) 인수 포기도 이번 검찰 수사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지난달 액시올 인수 계획을 철회하며 “아쉬움이 크나 현재의 엄중한 상황을 감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액시올을 인수했다면 미국 사업 진출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에탄분해설비(ECC·Ethane Cracking Center)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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