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간편식 인기 덕…가격 영향 제한적일 듯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 '제35회 프랜차이즈 창업 박람회'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치킨관련 외식업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스1

 

산지 닭고기값이 한 달 만에 20% 넘게 올랐다. 레드오션 논란에도 꺼지지 않는 치킨프랜차이즈 시장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치킨 가정간편식의 인기도 이 같은 추세에 영향을 끼쳤다. 본격화된 삼계탕 중국 수출도 앞으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4일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3일 1kg 당 1378원이던 닭고기 산지가격은 한 달 만에 1703원으로 폭등했다. 24% 가까이 오른 셈이다. 곧 초복(이달 17일)이란 점을 감안해도 상승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이 같은 추세가 유독 도드라진다. 지난해 6월 3일 가격은 1313원, 7월 3일 가격은 1422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 가장 높았던 가격도 1551원에 그쳤다.

최근 닭고기값 폭등세는 애초의 전망치를 크게 웃돈다. 지난 6월 초 농촌경제연구원은 닭고기 공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할 전망이라며 6월 육계 산지가격을 1300원~1500원으로 내다봤었다. 7월 전망가격은 1200~1400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산지가격은 6월 16일 이미 1500원을 넘어선 이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7~8월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업계에서 7~8월은 닭고기 수요가 가장 몰리는 시기로 꼽힌다. 4일 농촌경제연구원은 병아리 생산 증가와 냉동 비축물량 증가, 닭고기 수입량 증가로 인해 초복(7월 17일)이후 닭고기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농촌경제연구원 전망과 달리 지속 오름세를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낙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확대가 가장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해 메르스 국면에서도 유지됐다. 지난해 하나대투증권은 “국내 닭고기 수요는 예상치 못한 메르스 발생 여파로 일부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온라인 판매와 프랜차이즈 업체향 매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기존 업체들 뿐 아니라 자본력을 갖춘 식품 관련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부대찌개로 유명한 외식업체 놀부는 지난해 5월 서울에 ‘놀부옛날통닭’ 직영 1호점을 냈다. 최근에는 방송을 통해 잘 알려진 이연복 셰프를 수석고문셰프로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닭고기 브랜드 마니커로 잘 알려진 이지바이오그룹의 계열사 성화식품도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에 진출했다. 현재 성화식품은 100호점까지 가맹비와 교육비를 면제해준다는 파격 조건을 내걸고 가맹점주를 모집하고 있다. 닭고기시장 부동의 1위인 하림도 디디치킨을 운영하고 있다. 

닭고기전문업체의 프랜차이즈 진출은 일종의 수직계열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디디치킨은 하림이 생산하는 닭을 사용한다는 점을 유독 강조한다. 

가정간편식(HMR)도 닭고기 수요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냉동 치킨의 인기가 도드라진다. CJ제일제당이 내놓은 냉동치킨인 ‘고메치킨’은 출시 5개월 만에 매출 50억원을 넘어섰다. 이 치킨 역시 프랜차이즈 업체와 동일한 닭을 공급받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치킨 라인업을 계속 늘려 올해 관련 매출 150억원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 냉동치킨 시장은 최근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며 지난해 1000억원대 규모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중국 삼계탕 수출도 수요 증가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하림은 지난 29일 중국 수출용 삼계탕을 선적 완료했다. 하림 관계자는 “중국에 수출되는 삼계탕 닭고기도 국내산”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산지가격 급등이 당장 시장가격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소비자 가격 변동폭이 산지가격에 비해 크지 않다. 도리어 하락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2일 5745원까지 올랐던 1kg 당 소비자가격은 현재 5386원으로 내려앉았다. 

산지가격 오름세가 크긴 하지만 이 역시 초복 효과 내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림 관계자는 “초복 때문에 항상 이 맘 때면 가격이 올라왔다. 당장 시장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닭고기로 만든 가정간편식을 내놓는 한 업체 관계자도 가격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아직은 산지가격 변동으로 인해 가격을 올릴 만큼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치킨 가격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1kg 닭고기 가격이 폭락을 거듭하는 시기에도 마케팅 비용을 이유로 값을 올린 바 있다. 악화된 여론 탓에 산지가격 상승에도 쉽게 치킨가격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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