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금융당국 지원정책에 금융사들도 펀드 조성 붐
영화와 콘텐츠산업에 돈이 흘러들고 있다. 금융당국의 펀드조성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의지가 이 같은 추세에 한몫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는 콘텐츠분야 펀드조성이 정부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를 취하는 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콘텐츠산업의 영업이익률도 은행에는 당근이 될 전망이다. 편중된 투자는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지식문화산업 금융지원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갖고 1500억원 규모 문화콘텐츠분야 특화펀드 조성 의지를 밝혔다. 산업은행이 1400억원 규모의 문화콘텐츠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기업은행은 크라우드펀딩 마중물 펀드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 부위원장은 “문화산업에 특화된 심사가 가능한 문화콘텐츠 특화영업점을 확대하겠다”며 “내년 중에 문화콘텐츠 금융센터를 부산에 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구체적인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인천상륙작전과 사냥의 경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약 600명의 일반투자자로부터 8억원 조달에 성공했다”며 “크라우드 펀딩 성공사례를 확대하기 위해‘마중물 펀드(100억원)‘ 등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사냥은 29일 개봉했고 인천상륙작전은 다음 달에 극장에 걸린다. 이중 인천상륙작전은 제작비만 160억원이 투자된 올해 최대작이다. 투자배급업계 1위인 CJ E&M이 배급에 나선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적극적이다. 문체부는 모태펀드의 문화·영화계정을 통해 지난 2006년부터 1조 4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에서 투자된 금액이 지난해 말까지 1조 7000억원에 이른다.
문체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올해 초부터 감지됐다. 올 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금융위원회와 문화콘텐츠금융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정 부위원장이 언급한 100억원 규모 마중물 펀드도 바로 이 업무협약 자리에서 처음 공식화됐다. 당시 문체부와 금융위원회는 5조5000억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해 1만여개 콘텐츠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문체부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적극 내세우는 문화융성 슬로건 때문에 사업을 많이 펼치려 할텐데 예산은 한정됐다. 그마저도 기획재정부 입김 하에 있다. 최근에는 산자부도 한류정책에 나섰다”며 “금융기관과 협업하는 모양새로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이 나름 요긴한 대안인 셈”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도 적극적이긴 매한가지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KBS와 손잡고 한류콘텐츠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1000억원 규모의 ‘문화융성펀드’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고대영 KBS 사장 뿐 아니라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모두 참석했다. 수출입은행도 블록버스터 드라마와 중국 수출용 예능에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입장에서도 콘텐츠분야 펀드 조성은 요긴한 전략이다. 영화와 콘텐츠 분야는 제조업에 비해 매출액은 작지만 영업이익률은 훨씬 높다. 설비투자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정부 측 입장을 많이 살펴야 하는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문화융성 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것도 나쁘지 않은 모양새다.
펀드가 많아지다 보니 심사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문화관련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기관 내부에도 의뢰가 와서 펀드심사에 참여하는 이들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편중된 투자는 숙제로 꼽힌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약 1.5조원을 투자한 모태펀드의 경우 영화 56.37%, 공연 11.45%, 게임 9.67% 순으로 투자금이 흘러들어갔다. 크라우드펀딩 역시 인지도가 높은 영화 작품에 집중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