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는 구조조정은 커녕 감산도 어려워
중국 바오산철강과 우한강철이 합병해 세계 2위 철강사로 올라섰다. 이 처럼 최근 동아시아 철강사들이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반면 국내 철강업계는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바오산철강과 우한강철은 두 회사가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각) 공시했다. 두 회사는 합병을 마무리하면 연간 철강 생산량 6100만톤 규모가 돼 세계 2위 철강사로 올라선다. 바오산철강은 연간 철강 생산량은 3500만톤, 우한강철은 2600만톤으로 각각 중국 시장에서 2위, 6위 업체다.
두 국영 철강사의 합병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27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쉬샤오스 주임은 톈진(天津)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올해 철강 생산 능력을 4500만톤 감축할 것"이라며 "올해에만 철강 관련 종사자 18만명을 구조조정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선 3월 중국 공업화신식화부(공신부)는 '철강 산업 조정 정책'을 발표하고 합병 등으로 대대적인 철강업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을 밝힌 바 있다. 또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철강사 3~5개를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시장은 중국 정부가 철강업에 대한 추가적인 인수합병을 추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27일(현지시각) 미국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바오산철강과 우한강철 합병을 시작으로 중국 국영 철강사 인수합병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이 중국 철강사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한다. 씨티그룹 관계자는 “바오산철강과 우한강철의 합병회사가 중국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시장에서 각각 60%, 85% 점유율 차지할 것”이라며 “이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도 28일 보고서에서 "인수합병을 통한 중국 철강사 대형화로 효율적인 설비 감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에서도 철강사 간 인수합병이 활발하다. 지난달 일본 최대 철강기업인 신일철주금과 일본 4위 철강사 닛신제강이 합병을 결정했다. 앞선 2012년 신일철주금과 스미토모금속 간 인수합병이 있었다. 이어 올해 4월 신일철주금은 닛신제강의 인수합병도 추진 중이다.
연이어 들리는 중국과 일본의 인수합병 소식과 달리 국내 철강업계 구조조정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가장 규모가 작은 동부제철 매각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며 “국내 철강사들은 생산량을 줄이면 그 만큼의 생산량을 경쟁업체에 뺏긴다고 생각한다. 구조조정은 커녕 감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컬선팅그룹(BCG)이 국내 철강업계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8월 쯤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 보고서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보고서 주요 내용은 동부제철 매각 방안일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보고서가 나와도 중요한 건 국내 철강사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