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취지 유사하고 구성원도 중복…청중만큼만 열정 가졌으면
이번 20대 국회의원들은 IT사랑이 남다르다. 여야를 막론하고 IT산업 육성을 위한 간담회 개최나 모임 구성에 적극적이다. 인공지능, 3D프린팅,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이 화두로 떠오르며 이를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다.
의원들이 결성한 IT관련 단체는 국가미래전략포럼, 4차산업혁명포럼, 국회 미래일자리와 교육포럼, 융합혁신경제포럼 등이 있다. 모임 취지는 좋다. 의원들끼리 모임을 통해 함께 공부하고 법 제정까지 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회가 나서 관련 법을 제정하면 산업 육성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모임이 각각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차별점이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대부분 모임은 설립취지를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설립 취지가 비슷한데 모임 구성원 간 중복도 많다. 이른바 IT전문가라 불리는 의원들은 A모임의 대표이자 B모임의 책임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한다. 일반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의원 중에서도 두 개 모임에 속해있는 의원들이 더러 보인다.
4차산업 육성이 중요하다고 하니 너도나도 보여주기 식으로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한 포럼의 창립총회에 갔을 때 이 생각은 더욱 강하게 들었다. 기념사진을 찍은 후 의원들은 앞다투어 총회자리를 빠져나갔다. 사진촬영 이후 IT전문가의 초청 강연이 있었지만 의원들의 자리는 텅텅 비어 있었다. 4차 산업에 대해 연구하겠다고 하더니 채 1시간이 안 되는 강의조차 듣지 않고 나간 것이다.
일각에선 모임을 통해 친목을 다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포럼을 주도한 한 의원은 포럼 구성원들 간의 끈끈함을 내세웠다. 그는 선거운동 때 유세단으로 활동했던 사람들과 인연이 이어져 모임까지 만들게 됐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국회에서 주최하는 IT간담회나 포럼 창립총회에 가보면 청중들의 자리가 늘 꽉 차있다. IT업계 관계자나 이쪽 산업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꽉 차있는 자리를 보면 대중들이 갖고 있는 기대가 얼마나 큰 지 실감할 수 있다. 국회에서 이들의 기대를 생각하며 내실 있는 포럼 활동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