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균 거래대금 10년동안 제자리

국내 증권 시장이 유동성 부족으로 성장이 지체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내 증권 시장이 유동성 부족으로 성장이 지체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 중국 A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궁(EM) 지수 편입 등 대외 변수로 자금 유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또 국내 기관 투자자가 해외 투자처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 만년 박스피(일정한 폭 안에서만 주가가 오르내리는 현상) 탈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정체된 국내 증권 시장···늘지 않는 거래 대금

국내 증권 시장이 오랜 기간 동안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일평균거래대금은 약 10년 동안 4조~5조원대다. 오랜 시간 유동성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달만 해도 일평균 거래대금이 4조원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원 대비 2조원 가량 줄었다.

유동성이 늘지 않자 코스피도 박스권에 갇혔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지수는 1800선과 2300선 사이를 지루하게 오가고 있다. 2011년 세운 코스피 최고 기록인 2231.41도 5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다. 일일 최대 거래량도 2002년 7월 23일 이후 23억7929만주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 1일 20주년을 맞는 코스닥 시장도 유가증권시장과 비슷한 상황에 부딪힐 전망이다. 코스닥은 지난해까지 급성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코스닥은 올해들어 일평균 거래액이 1월 3조5330억원, 2월 3조1600억원, 3월 3조986억원으로 역시 감소 추세를 보였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 매매 비중이 88.5%에 달해 이러한 추세를 넘어서는 데 제약 조건이 되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증권업계의 어려움은 본질적으로 거래 대금 부진의 영향”이라며 “거래 대금이 살아나지 않는 한 시장 역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수 없다. 시장의 추세 전환은 언제나 거래 대금 상승과 하락의 결과에 따라 좌우돼왔다”고 밝혔다.

◇ 대외 변수에 유동성 걱정하는 한국 증시

문제는 앞으로 투자 자금이 더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국 A주 MSCI EM지수 편입과 미국 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연금 등 국내 기관 투자자도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중국 A주는 지난 14일 MSCI EM지수 편입에 실패했다. 시장 접근성 등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가 원인이 됐다. 하지만 업계에선 중국 A주가 신흥국 지수에 편입되는 건 시간문제라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규제를 벗겨나가고 있는 까닭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는 4분기부터 선강퉁이 허용되고 중국의 국제접근성 노력이 지속되면 내년 6월의 연례검토 이전에 특별 대상으로 편입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A주가 5% 부분 편입되면 EM 지수 내에서 중국과 경합 관계인 한국 비중은 15.2%에서 14.9%로 0.4%포인트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백찬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 EM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 규모는 1조6000억∼1조80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한다"며 "지난해 11월과 같은 수준으로 한국 비중이 0.4%포인트 낮아지면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7500억∼84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연내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다. 미국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은 지난 15일 기준금리 금리 동결 이후 올해 안에 올해 2번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6명은 올해 1번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투자자금에 환차손이 생겨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금 회수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비중 증가도 국내 증시의 유동성 약화 요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국민연금(NPS)이 21년까지 전체 자산의 35%를 해외에 투자하기로 했다며 이 경우 추가적으로 매년 8조원이 해외로 빠져나간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타 민간 생명보험사들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전략을 추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증권업계 연구원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흥미를 잃고 있다”며 “국내투자자 해외 주식 직접투자 예탁잔액은 2012년 1분기 9조원에서 지난해 4분기 25조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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