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폐지 방침후에도 감전사고 발생…건설노조·시민단체 "한전 계획 구체성 없다" 비판

 

전라남도 나주시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 사진=원태영 기자

 

한국전력은 최근 안전과 관련해 논란이 지속돼 온 ‘직접 활선공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이틀후 근로자 감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건설노조와 시민단체는 폐지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여전히 한전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은 지난 10일 직접 활선공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활선공법은 2만2900볼트의 고압이 그대로 흐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전은 지난 2001년부터 도구를 이용해 전선을 만지는 게 아닌 직접 절연 고무장갑을 끼고 만지는 직접 활선공법을 채택했다.

직접 활선공법은 정전 피해를 줄이고 작업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도입됐다. 한전은 직접 활선공법 도입 이후 25%정도의 비용절감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그전까지는 전기를 차단하거나 지상등으로 우회시키는 공법을 사용했다.

직접 활선공법이 도입된 이후 현장에서는 감전사 등 사고 위험이 크다며 대체 방식을 요구해왔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2013년 활선공법 때문에 13명이 감전사고로 사망했고 140명이 화상, 손목·팔 절단 등의 사고를 당했다.

업계에서는 실제 사고 사례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전이 사고를 낸 업체에 엄한 벌점을 주기 때문에 많은 사고가 전국적으로 은폐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전기안전공사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감전사고로 총 5928명이 사망했고, 그 중 송·배전 공사 중 감전사고로 549명이 다치거나 사망했다. 사고의 80%는 협력업체의 비정규 근로자로 나타났다.

특히 한전이 폐지를 발표한지 불과 이틀만에 감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건설노조 광주전남전기원지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광주 북구 문흥동 문흥고가 인근 전봇대에서 전선 교체 작업을 하던 이모(37)씨가 전선에 감전됐다. 이씨는 오른팔과 가슴에 2도 화상을 입고 서울의 한 화상 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전선을 교체하는 직접 활선공법으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작업자의 안전을 위한 기술개발과 시스템 보완에 5년간 약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일단 활선공법을 폐지하고 작업자가 전기가 흐르는 전선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바이패스케이블(By-pass Cable) 공법’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바이패스케이블 공법은 임시 케이블을 설치, 전기를 우회시켜 작업이 필요한 전주를 일시적 정전 상태로 만든 뒤 작업하는 방식이다. 활선공법은 ‘바이 패스 케이블’이 불가능한 곳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키로 했다. 또 작업자가 전선을 직접 만지지 않고 절연 막대를 이용해 작업하는 ‘스마트 스틱(Smart Stick) 근거리 활선공법’과 ‘미래형 첨단 활선로봇공법’도 개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건설노조와 시민단체는 여전히 한전의 계획에 구체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한전의 보도자료를 보면 전선에 직접 접촉하지 않는 바이패스 케이블 공법을 가능한 최대로 활용하고, 장비 설치가 불가능한 지역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직접 활선작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나와 있다”며 “한전이 ‘가능한 최대로, 불가능한 지역’이라는 단서를 달아 직접활선공법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여전히 열어 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전은 이번 발표 이전에도 노조와 면담을 통해 협력업체에 직접 활선공법 대신 간접 활선공법을 시공하라고 공문을 통해 전달했다”며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직접 활선공법으로 작업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한전의 결정이 실제 집행되기 위해서는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도 최근 한국전력공사의 직접 활선공법 폐기를 촉구했다. 민변 관계자는 “한전의 보도자료 내용에 따르면, 여전히 직접 활선공법이 활용될 여지를 남겨놓았으며, 폐기 시점 및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스마트 스틱(Smart Stick)’이나 ‘미래형 첨단 활선로봇공법’ 등 신기술 개발 계획만을 나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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