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민심 두려워 어정쩡한 봉합…도로 '김해공항 확장' 결론에 20억 용역료만 날려
영남권 ‘신공항 전쟁’이 싱겁게 막을 내렸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21일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밀양과 가덕도의 건설을 전면 백지화한다고 발표했다.
2006년 노무현 정부부터 2016년 박근혜 정부까지 10년 간 추진했던 영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이 연거푸 엎어지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영남권 민심이 두려워 결론을 회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는 21일 오후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를 열고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용역책임자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 동안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는 신공항 건설 부지를 놓고 10년 간 논쟁을 벌여왔다. 밀양은 영남권 주요 5개 도시에서 1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접근성과 경제성을, 가덕도는 24시간 공항 운영이 가능한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가덕도 유치에 실패하면 시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배수진까지 쳤다. 영남권 양 공항부지의 적합성 논란과 별개로 지역구 의원들 간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지며 신공항 갈등은 최고조를 이뤘다.
결국 이날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되며 양 지역구 모두 허무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용역을 맡은 ADPi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에 새로운 공항을 설립하는 것보다 기존 김해공항 활주로를 확장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대안을 내놨다.
ADPi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가덕도는 자연스러운 공항 부지로 보기 어렵다. 접근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밀양은 전통적인 새 공항 자리다. 접근성이 좋다”고 결론지었다. 즉, 밀양에 보다 유리한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다만 ADPi는 밀양 신공항 건설보다는 김해공항의 활주로를 확장하고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용역 전 소음논란 등으로 보류됐던 김해공항 확장안이 다시 부상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가 고의적으로 판단을 회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정 후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신공항 건설부지 결정으로 발생할 영남권 지지세력의 이탈이 두려워 김해공항 카드를 빼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용역이 제대로 수행됐다면 객관적인 평가결과가 나왔을 것인데, 대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김해공항 확장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나왔던 얘기”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야심차게 추진하더니 결국 다시 예전 정부의 결과를 되풀이했다. 용역비 20억원의 결과가 이것이라면 처음부터 추진하지 말았어야 하는 사업 아닌가”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