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서스펜션과 묵직한 스티어링휠이 주는 신뢰감…가격은 3280만원~4190만원
과거 크고 힘이 좋은 차는 다 짚차로 통했다. 현대차 갤로퍼도 쌍용차 코란도도 그래서 짚차였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란 용어는 짚차 이후에 나왔다. SUV 이전에 브랜드 지프가 있었던 셈이다.
오프로더인 랭글러와 SUV 체로키, 그랜드 체로키 등을 앞세워 짚차의 전통을 굳건히 지켜온 지프가 최근 소형 SUV를 국내에 출시했다. 정통 사륜구동 SUV 가문인 지프에서 전에 없이 작은 차를 내놓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차량명이 변절자를 뜻하는 레니게이드로 붙여진 것도 같은 이유다.
레니게이드는 지프 최초의 소형 SUV 모델로 쌍용차 티볼리나 르노삼성 QM3, 미니 컨트리맨이 동급 경쟁 모델이다.
최근 넓은 적재공간과 연비 등 실속을 따지는 자동차 구매 경향 변화로 소형 SUV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소형 SUV는 국내에서만 8만6200대가 넘게 팔렸다. 시장이 조성된 2013년 판매량과 비교하면 7배 이상 늘었다. 변절자가 되어도 좋을 성장이다.
변절자는 그럼에도 일곱 개의 세로형 그릴과 동그란 헤드램프를 가져와 지프의 디자인 문법 안에 자신을 끼워 넣는다. 각진 휠하우스와 깎아 자른 듯한 차량 내부도 마찬가지다. 후면엔 작은 체구로 인해 잊었을까, 정통 지프의 상징이라 불리는 윌리스 MB에 달았던 보조 연료통 모양 램프를 장착했다.
내부는 더 철저하다. 6.5인치 내비게이션 화면 위엔 윌리스 MB가 2차 세계대전 중 실전 투입된 해인 ‘1941’을 음각했다. 룸미러 뒤편, 스피커 안쪽에도 윌리스 MB가 새겨져 있다. 또 변속기와 컵 받침 곳곳엔 보조 연료통 모양이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시선을 옮겨 큼지막한 버튼에 간결한 구성이 돋보이는 센터페시아를 조작하다 문득 이토록 디자인에서 지프임을 강조하는 이유가 지프만의 묵직한 주행성능은 버렸기 때문일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2.0 디젤 터보 모델의 시동을 걸었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동력 성능에서 지프를 아는 사람이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소리가 났다. 서울 도심과 외곽 150㎞가량을 달렸다.
가속페달을 밟고 핸들을 꺾자 지프의 유전자가 레니게이드에 내재해 있음이 느껴졌다. 특히 지능형 4륜 시스템은 고속 주행에서 좌우 흔들림을 최소화해 안정감을 줬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묵직한 스티어링휠 조향감은 신뢰를 줬다.
또 차축 분리 시스템 적용으로 필요시에만 4륜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해 복합기준 리터당 11.6㎞의 연비를 구현했다. 타사 소형 SUV 모델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연비지만 상대적으로 큰 차체를 고려하면 준수한 수준이다.
9단 자동변속기는 시내 주행에서 매끄러운 변속 성능을 보여줬다. 다만 엔진회전수를 상당히 높게 가져가는 탓에 탄력적이라는 느낌은 덜 했다. 비포장도로나 오르막길을 치고 나가는 데 유리한 설정이겠으나 포장도로 주행해선 부담으로 작용했다.
딱딱한 시트와 소음도 아쉬운 부분이다. 디젤 엔진의 소음과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고, 노면음과 풍절음이 가감없이 전해졌다. 고속 주행에선 노면 마찰음과 풍절음이 엔진 소음을 가릴 정도였다. 애초에 달리기에 주력하는 모델이 아니라며 시위하는 듯 했다.
이밖에 레니게이드는 안전주행을 돕는 첨단 사양을 고루 갖췄다.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은 물론 조향 보조 기능을 포함한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도 장착했다.
한편 피아트크라이슬러코리아는 지프 레니게이드 2.4L 멀티에어2 가솔린과 2.0L 터보디젤 두 가지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다. 가격은 트림별로 3280만원~4190만원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