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개별 스타 의존 한계, 롱테일 전략 필요” 강조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의 전대미문 성추문이 한류 리스크로 비화하면서 한류전략 재검토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개별 스타와 기획사에 의존한 한류전략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한류의 지속 확산을 위해 콘텐츠에 무게 중심을 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일 주일 사이에 네 명의 여성에게 연이어 고소당하면서 전대미문의 연예계 성추문이 터진 모양새다. 박 씨는 그룹 JYJ와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를 통해 아시아권 국가에서 큰 인기를 얻는 한류스타다. 실제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도 박유천 관련 보도가 실시간 중계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월에는 ‘쯔위 사건’이 한류 시장을 뒤흔들었다.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周子瑜·17)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를 흔들었다가 사과하자 대만 여론이 들끓었다. 비판의 화살은 트와이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를 향했다.
당시 차이잉원 대만 총통 당선인까지 나서 “많은 국민이 마음 아파하고 심지어 분노까지 느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건은 개별 스타와 기획사에 의존한 경영전략이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산업계 일각에서는 스타 비즈니스가 아니라 콘텐츠 비즈니스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무역협회는 ‘한류확산을 위한 롱테일전략’ 보고서를 통해 “한류의 지속 확산을 위해서는 원천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파생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를 장르 확장, 타업종 융합, 포맷 다변화를 특징으로 둔 롱테일 전략이라 설명했다. 롱테일 법칙은 80%의 비핵심 소비자가 20%의 핵심 소비자보다 더 많은 매출액을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지난 2004년 당시 와이어드 편집장이던 크리스 앤더슨이 주장했다.
판매량이 많은 상품 순으로 수요 그래프를 그리면 판매량이 적은 상품들은 선의 높이는 낮아도 긴 꼬리(long tail)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결국 이 상품들의 매출액을 합치면 판매량이 많은 상품들의 매출액 규모를 넘어선다는 것이 이론의 골자다. 한류현상도 특정 스타나 개별 콘텐츠 하나에 의존해 핵심소비자만 노리는 전략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역협회는 한류콘텐츠의 일회성 소비가 계속되면 홍콩의 전철을 따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영화는 지난 1970년대 이소룡의 쿵푸영화를 계기로 국제적 인지도를 구축하며 중국풍 유행(China Fad)을 이끌었다. 하지만 소수 스타에 편중된 구조와 영웅‧액션물의 반복생산 탓에 2000년대 이후 시장에서 영향력을 상실했다.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요구되는 대안이 롱테일 전략이다. 보고서는 우선 경쟁력 있는 원천 콘텐츠를 영화, 드라마, 만화, 뮤지컬, 연극, 도서 등 다양한 장르로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라이언 킹’ 등 해외 유명 콘텐츠들은 장르 확장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지금까지도 인기와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타업종과의 융합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고서는 특히 체험시설이 가미된 한류 명소 개발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우수사례다. 이 드라마는 종영 후 제작세트 등을 전시상품으로 기획해 1년 간 동대문(DDP)과 킨텍스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국내를 찾은 중국 관광객 약 20만명이 몰렸고 전시회 판권이 상해, 북경 등 중국 5대도시로도 수출됐다.
무역협회 측은 포맷 다변화도 필요하다고 봤다. 최근 영화, 드라마, 예능 명장면 또는 테마 중심으로 편집한 클립 동영상이 틈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개인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도 인기다. 한류 역시 이 같은 트렌드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업계에서도 한류 지속을 위한 다양한 대안전략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국내 엔터업계 1위 CJ E&M은 중국 시장에서 원천 콘텐츠를 통한 사업 다양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신은호 CJ E&M 중국법인 대표는 지난 3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는 패션, 뷰티, 헬스, 육아 등 한국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중국 측으로부터 사업 제안을 많이 받고 있다”며 “현재 시장조사 단계에 있다”고 구체적인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