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땐 외화유동성에 부담 따를 전망
내년까지 돌아오는 주요 은행들의 해외채권 만기액이 40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 여파로 신용등급 강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 미국 기준 금리가 올라가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 KDB산업산업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이 내년까지 갚아야하는 해외채권만 37조11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안에 13조2300억원, 내년에 23조8800억원이 몰려 있다.
은행별로는 특수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연내 만기 채권을 각각 2조7800억원과 3조9500억원어치 들고 있다. 내년까지 만기 채권액은 수출입은행이 10조9800억원, 산업은행은 8조원이다. 기업은행은 2조4800억원 규모다.
시중은행들은 해외채권 발행총액의 3분의 2가 앞으로 1~2년 안에 만기가 집중됐다. 내년까지 만기가 되는 해외채권은 하나은행이 6조92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 다음이 신한은행 4조4800억원, 국민은행 4조2300억원 순이다.
이 밖에 농협중앙회는 2조9300억원, 수협중앙회는 3522억원, 부산은행은 8800억원의 해외채권 만기가 내년에 돌아온다.
이 액수까지 감안하면 내년까지 국내 금융사 해외채권 만기액은 40조원을 훌쩍 넘어간다. 올 하반기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그 여파로 달러 자산이 국내에서 이탈하면 은행들의 해외채권 상환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내에 투자된 외국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을 내년부터 모든 은행에 적용하기로 하는 등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관리에 나섰다.
LCR는 은행이 보유한 미국 달러, 국공채 등 현금성 외화 자산을 외화유출 상황에서 30일간 유출될 외화순유출량으로 나눈 값이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해운·조선업종의 구조조정 여파로 해외 자금 조달 시장에서 국내 은행들의 신용도가 하락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내리면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에서의 차환이 이전보다 여의치 않을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4월 우리은행 등 국내 7개 은행의 신용등급 또는 신용등급 전망을 한꺼번에 낮췄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부진하고 취약 업종 구조조정으로 부실채권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무디스는 우리은행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2'로 한 단계 낮추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부산, 대구, KEB하나, 경남, 신한 등 5곳에 대해선 기존 등급을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향후 등급 강등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Fitch Ratings)도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국내 은행의 신용등급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