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소비 감소 심각…소비 부추길 소득 증대 방안 절실

경기순환과 민간소비 / 자료=통계청

 

국내경기가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가계 씀씀이가 줄고 있다. 글로벌 경제 회복 지연으로 긍정적 경기 신호가 소멸되고 있는 가운데 가계 소비지출 회복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장기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공공부문 지출 확대, 민간소비 활성화, 투자 진작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00년 이후 국내 소매판매와 민간소비 증가율은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소매판매와 민간소비 증가율은 각각 17.6%, 12.7%를 기록했지만 올해 4.5%, 2.1% 수준에 그쳤다. 국내 경제성장률에서 민간소비가 기여하는 비율 역시 2000 52.8%에서 지난해 42.3%로 하락하고 있다.

 

경기순환적 측면에서 민간소비는 경기동행적이고, 침체기가 길어질수록 소득에 비해 소비증가율이 낮은 모습을 보인다. 민간소비는 경기 확장국면에서 증가하고, 침체국면에서 감소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수축국면에서 평균 민간소비증가율은 평균국민총소득증가율(GNI)을 하회했다. 2003~2005년 평균 민간소비증가율은 0.8 GNI(3.8)을 밑돌았고, 2011~2016년 평균 민간소비증가율은 2.1% GNI(4.0)보다 낮았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집계 결과 2000년 이후 경기 수축국면에서의 가계 가처분소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를 제외하고 증가했다. 가계 소비지출도 가처분소득과 마찬가지로 2008년을 제외하고는 늘었다. 하지만 현재 침체기에는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침체기에도 가계 평균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 평균 소비지출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엔 소비지출 감소가 가처분소득 감소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현 침체기인 2011년 이후 가처분소득 증가는 과거와 비슷하지만 가계 소비지출은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작고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이후 수축국면에서의 가계 내구재 소비는 현 침체기를 제외하고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침체국면에서는 가계 내구재 소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현 침체기에는 내구재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위소득 150% 이상인 고소득층의 내구재 소비 확대 영향으로 풀이된다.

 

내구재는 1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고 주로 고가인 승용차, 가전제품, 검퓨터 및 통신기기, 가구 등 상품이 포함된다. 경기가 정점을 찍었던 2011 8월을 100포인트로 기준했을 때, 고소득층의 내구재 소비는 지난해 4분기 기준 223.4포인트를 기록했다. 저소득층은 86.7포인트로 기준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 침체기의 수축국면에서 가계 비내구재 소비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OECD 중위소득 50% 이하인 저소득층의 생활수준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비내구재는 주로 1년 미만으로 사용되는 음식료품, 의약품, 화장품, 서적 및 문구, 차량연료 등 상품이 포함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고소득층의 비내구재 소비는 95.8포인트로 100포인트를 하회했지만 저소득층은 88.0포인트로 기준점을 크게 밑돌았다.

 

가계 서비스 소비 부문에서도 저소득층 소비만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다. 서비스는 내구재 및 비내구재와 같이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서비스, 가사서비스, 운송서비스 등 서비스 소비를 의미한다. 저소득층은 86.7포인트로 크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소득층은 104.4포인트, 중산층은 102.6포인트로 기준점을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저소득층의 소비 감소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경기 영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서다. 저소득층은 소비 여력이 충분하지 않고 미래 소득 증대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1분기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4022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8% 늘었지만 민간소비는 1957000억원으로 0.3% 감소했다. 가처분소득은 늘었지만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렸다는 얘기다.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들은 투자확대를 주저하고 있다. 국내총투자율은 전기대비 1.3%포인트 하락한 27.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9 2분기(26.7%) 이후 6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과거 침체기와 달리 현 침체기에는 소비심리 위축과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인해 가계 평균 소비가 소득에 비해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침체기에 내구재 소비는 급증한 반면, 비내구재 소비는 크게 감소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이는 저소득층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연구원은 경기 회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지속하는 한편, 민간소비 확대를 통한 내수부문 경기확장이 필요하다국내 소비 확대를 위해선 가계소득 증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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