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피해 야기 기업 처벌법 입법토론회 열려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명피해 야기기업 처벌법 입법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정지원 기자

 

가습기살균제, 세월호 사건 등 기업이 야기한 대규모 인명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법인을 직접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논란이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재점화됐다. 표창원 의원은 법인을 직접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하는 인명피해 야기 기업 처벌법(안)을 준비중이다. 현행 형법상에서는 몇몇 개별법에서 법인을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연인에게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게 돼 있다. 

 

15일 표창원 의원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명피해 야기기업 처벌법 입법토론회를 열고 기업이 야기한 사망사고 실태와 입법 필요성, 기업처벌법의 구체적 입법 방향 등을 논의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활동에 따르는 안전의무,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은 일부 기업들에 의해 안전사고가 발생했기에 대책 마련을 위해 토론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또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 민사상 손해배상제도, 제조물책임법 등 관련법들이 있지만 기업의 안전불감증에 경각심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활동에서 야기된 인명피해에 확고한 책임을 묻고, 인명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은 기업의 범죄능력을 부정하고 자연인의 범죄능력만 인정한다. 따라서 기업 경영활동으로 대형 인명피해가 난 경우에도 법인에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에 두 번째 발제자인 김재윤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정한 범죄자는 신현우 전 대표 등이 아니라 옥시레킷벤키저라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형법상 기업의 범죄능력을 부정하고 있어 개별 행정법규에서 행위자 이외에 법인을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없는 경우 기업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탓에 막을 수 있었던 인명피해가 계속 발생해왔다고 설명했다. 손병호 법무법인 유 변호사는 “기업활동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발생해도 기업은 꼬리자르기식으로 대응할 뿐”이라며 “일시적으로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더라도 위법행위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창출된 이익은 궁극적으로 기업에게 귀속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결국 기업에 대한 직접적 제재나 책임추궁 없이는 위법행위의 억제 내지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입법과정에서 인명피해 야기기업 처벌법을 기존 형법의 특별법으로 발의해야 하는지, 형법을 개정해야 하는지를 두고 팽팽히 맞섰다. 형법에 규정할 경우 환경, 경제, 조직 범죄 등 모든 범죄에 대해 기업을 처벌할 수 있다. 다만, 현행법과의 충돌문제 등으로 인해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기업처벌규정 입법방식과 관련,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굳이 형법에 규정하지 않고 특정 영역에 국한해 특별법에 처벌규정을 도입하더라도 이론상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재윤 교수는 “형법에서 법인의 범죄능력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특별법으로 규정할 경우, 기업에 의한 환경, 경제, 조직범죄 등 기업범죄에 대해선 범죄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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