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론 의식해 부채 줄이는 것에 몰두”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에너지공기업의 부채를 감축하는 것에만 집중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노형욱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공공기관 기능조정 관계부처 합동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에너지공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사업 부문이 크게 줄어든다.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의 골자는 공기업 조직을 슬림화하고 해외자원개발사업을 단계적으로 없애는 것이다. 당초 정부가 내세웠던 해원자원 개발사업을 일원화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주장과 달리 이번 기능조정에 방향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열고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조직과 인력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에너지공공기관 기능조정안을 발표했다. 또 정부는 이 자리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원개발기능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기능조정안을 살펴보면 정부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핵심자산 위주로 구조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석유공사는 본부를 6개를 4개로 줄이고 부서 중 23%를 감축한다. 이어 2020년까지 인력 30%를 줄인다. 해외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석유공사의 인력 조정 규모는 1200명이 넘을 전망이다. 

광물자원공사는 2020년까지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인력을 감축한다. 국내조직은 17%까지 감축하고 해외사무소는 11개에서 3개로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구조조정과 해외자원개발 개편 방안을 이번 달 안에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 방안에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방향성이 실종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0일 정부는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에 용역연구를 의뢰해 에너지 공기업의 통합이나 기능 이관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검토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기존 석유공사 및 가스공사에서 분리해 통폐합하거나 두 회사가 보유한 해외자산과 자원개발 기능을 민간 기업 또는 자원개발 전문 자회사로 넘기는 것이었다.

이 구조조정안에는 광물자원공사 자원개발 기능을 포스코나 현대제철 같은 광물 수요가 많은 민간 기업에 넘기거나 민간과 공동으로 전문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이 방안에 대해서 논란도 많았지만 자원개발을 전담하는 기관이 생기면 자금 조달 능력이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산업부 관계자도 당시 구조조정안에 대해 “해외자원개발의 장기적 발전 계획을 세우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했던 방안은 한 달도 채 안 돼 모습을 감췄다. 대신 구조조정과 해외자산 매각만이 그 자리를 채웠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기능조정안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여론을 의식해 부채를 줄이는 것에만 몰두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장기적 안목으로 꼭 투자해야 하는 분야”라며 “이번 기능조정안에 정해지면 적어도 10년은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대규모 투자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과 일본은 해외자원개발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원자재 분야 인수합병 거래 중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12%로 10%에 머물던 2014년보다 늘었다. 일본 기업의 해외자원 개발투자액은 2010년 4조2691억엔에서 2014년 11조4006억엔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올해 해외 자원개발 예산을 633억엔으로 지난해 561억엔보다 12.7% 높게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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