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시장평가 저하로 회사채 차환발행 어려움 이어질 듯
하반기 건설업계의 자금 사정이 빡빡해질 전망이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대다수 건설업체들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차환 발행하지 못하고 보유 현금이나 금융권 대출 등을 활용해 현금 상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건설업계를 바라보는 시장 기대치가 낮은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건설사들의 자금사정도 그만큼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토건 시평액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 중 올 하반기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사는 총 7곳이다. 만기도래 회사채의 회사별 금액을 보면 ▲삼성물산(3300억) ▲롯데건설(2900억) ▲대림산업 (2000억) ▲대우건설(2000억) ▲현대건설(1000억) ▲SK건설(1000억) ▲현대산업개발(800억) 순이다.
건설사들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새로운 회사채로 상환하는 차환 발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사채는 만기일이 길고 이자가 적어 다른 자금조달 방식에 비해 업체들이 선호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하지만 상반기 대다수 건설업체들은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았다. 조선업계 부실화를 비롯한 수주산업 전반에 대한 시장 기대치 악화로 회사채 이자율이 높아져 차환 발행의 장점이 줄어든 탓이다.
하반기에도 대다수 건설사들은 회사채 차환 발행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를 바라보는 시장 분위기가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해외사업 부실 가능성이 건설사들의 하반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선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3년(저가수주로 인한 대규모 적자) 이후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나아지고 있으나 본격적인 개선은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적어도 올해까지는 공기지연에 따른 추가적인 대손비용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대다수 건설사들은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있다. 하반기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하반기에도 (회사의) 회사채 발행은 없을 것 같다. 은행대출이나 기업어음(CP)를 통한 상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 등 경기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동시에 건설업체의 실적전망에 대한 부정적 시선들도 여전하다”며 “다른 건설사들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회사채 발행을 미루는 이유를 설명했다.
토건 시평액 기준 도급순위가 각각 1위·10위인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의 시장 전망치 상승도 건설사 회사채 발행시장 악화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수요가 공급보다 높음), 현대산업개발은 나이스 신용평가에서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조정 했다. 건설업계에 호재일순 있지만 시장 전체에 파급력이 높지 않고 '끝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는 진단한다.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 해외 건설현장 부실에 대한 우려가 높다. 건설업계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낮은 상황이다”며 “회사채를 발행하더라도 이자가 높아 건설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일부 호재(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는 끝물이란 평가가 대다수”라며 “하반기에도 건설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미룰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