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기대도 사라져 전망 어두워
롯데쇼핑이 검찰의 비자금 의혹 수사와 실적 악화라는 겹악재를 맞고 있다. 연초부터 5월까지 상승 곡선을 그리던 주가는 자회사인 롯데홈쇼핑 방송 정지와 롯데그룹 검찰 수사를 거치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호텔롯데 상장 마저 무산되면서 롯데쇼핑 주가 전망엔 먹구름이 꼈다.
검찰은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며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에 사정의 칼날을 겨눴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계열사 간 거래에서 총수 일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지난 2월 롯데홈쇼핑이 사업권 재승인을 받아내면서 로비를 한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번 검찰 수사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중 하나인 까닭이다.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호텔롯데가 롯데쇼핑의 지분 8.83%를 가지고 있고 신동빈 회장이 13.46% 지분을 들고 있다. 여기에 자회사인 롯데홈쇼핑마저 사업권 재승인 로비 의혹에 연루돼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 홈쇼핑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 백화점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줄었다. 자회사인 롯데마트는 국내 부문에서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2% 감소했다. 홈쇼핑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떨어졌다. 하이마트와 편의점도 지난해 대비 영업이익 규모가 축소됐다.
앞으로 실적 전망도 어둡다. 핵심 자회사인 롯데홈쇼핑의 실적 하락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27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9월 28일부터 6개월간 프라임 시간대(오전·오후 8~11시, 하루 6시간) 방송 정지 처분을 받았다. 롯데홈쇼핑은 매출 5000억~6000억원 가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호텔롯데 상장이 무기한 연기된 것도 롯데쇼핑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이날 다음 달로 예정된 상장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감에 기존 계획대로 상장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따른 자회사의 상장, 관계 기업 지분매입 등으로 자산가치 상승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됐던 롯데쇼핑이 정반대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가가 영향을 받고 있다. 13일 종가 기준 롯데쇼핑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5.38% 하락한 21만1000원이다. 장중 한때는 8.07%까지 하락한 20만5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연고점인 3월 17일 28만2000원에서 약 26% 하락한 수치다.
투자자들도 롯데쇼핑을 외면하고 있다. 외국인은 3월 17일부터 13일까지 누적 46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같은 기간 360억원을 순매도 했다. 롯데홈쇼핑 방송 정지 처분을 받은 28일부터 검찰 수사 이슈가 부각된 13일까지로 기간을 한정하더라도 기관과 외국인은 219억원, 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롯데쇼핑 사업부 부진과 홈쇼핑 방송정지 이슈 등으로 실적 개선 여부가 불확실하다. 여기에 호텔롯데 상장 무기한 연기로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낮춰야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분간 주가 상승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