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 롯데홀딩스 주총 '올인'…신동빈도 귀국 미루고 일본행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 사진=뉴스1

 

검찰의 대대적인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 개시와 함께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동빈(61) 회장에 의해 그룹에서 내쫓긴 후 경영권 싸움을 이어왔다. 하지만 총수일가가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서 총수일가 중 한 명으로서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신 전 부회장은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수사를 공식화한 지난 10일부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이번 달 말에 열릴 예정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 신동빈 회장에 대한 이사직 해임안을 제출한 지난 11일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롯데홀딩스 정기 주총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롯데와 신 전 부회장 측은 오는 25~30일 사이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홀딩스는 한국·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회사로 경영권 장악할 경우 롯데그룹 전체 통제가 가능한 구조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롯데홀딩스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영권 향배의 키를 가진 종업원지주회가 신 회장을 지지하며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더욱이 종업원지주회는 롯데홀딩스 직원 130여명으로 구성됐지만 의결권을 실제 행사하는 이사회도 롯데홀딩스 경영진이 임명한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 대표이다. 광윤사는 롯데 총수일가의 가족회사로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직후 광윤사 이사진에서 신 회장 해임을 주도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내부 투자회사와 종업원지주회, 임원지주회가 신 회장을 지지하며 롯데홀딩스 주총에선 연이어 신 회장이 승리한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검찰 압수수색 당일인 지난 10일 일본에서 발표한 긴급성명을 통해 신 회장을 맹비난했다. 해당 성명은 롯데홀딩스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일본어로 작성됐다. 그는 검찰 압수수색 사실을 전하며 "롯데그룹 사회적 신용과 기업 가치를 훼손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태"라고 단정했다. 이어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경영 체제의 중대한 문제점이 새롭게 드러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종업원지주회 이사회에 "(주총에 앞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긴급 협의의 장을 마련하자"고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은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 중인 신격호(94) 총괄회장 입원차 지난 8일 귀국한 바 있다. 그는 검찰 압수수색 이후 측근들과 대책을 논의한 후 지난 12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롯데홀딩스 주총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롯데홀딩시 임시 주총에서 패한 이후 일본에 주로 머물며 종업원지주회 설득 작업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북미 출장 중인 신동빈 회장도 출장 후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 가 주총 준비를 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도 이 같은 상황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불씨를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신 회장이 일본 주총까지 마치고 돌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의 공세에 대해 일각에선 '총수일가로서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검찰 수사는 신동빈 회장에 한정되지 않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관련한 수상한 돈 흐름도 검찰이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에는 신 총괄회장 자금 관리인 3명을 불러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현재 롯데 계열사 간 내부거래뿐만 아니라 총수일가 지배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행태, 신 총괄회장과 계열사 간 부동산 거래 내역 등을 살펴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급하다지만 한국 롯데 경영과 관련해 아버지와 누나를 포함한 총수일가 전부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상황에서 적절한 행태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도 "신 전 부회장도 총수일가로서 얼마 전까지 한국 롯데 등기임원이었다"며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인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스스로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게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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