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구조도 돌파구 마련에 장애…매점사업권 의혹도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타워가 안개에 휩싸여 있다. 최근 몇 년 새 성장 정체에 빠진 롯데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도 검찰의 오너일가 비자금 수사 탓에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 사진=뉴스1

 

최근 몇 년 새 성장 정체에 빠진 롯데그룹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이하 엔터사업 부문)이 검찰의 오너일가 비자금 수사 탓에 안갯 속에 휩싸였다. 롯데쇼핑 내 부문에 불과한 위상도 돌파구 마련에 장애가 되는 모양새다. 새로 불거진 롯데시네마 매점사업권 의혹도 악재다.

롯데그룹의 엔터사업 부문은 극장업(시네마사업본부)과 투자배급업(엔터테인먼트)으로 나뉜다. 시네마사업본부는 지난 1999년 롯데쇼핑 산하에 설립됐다. 롯데 측은 2004년에 롯데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영화투자배급 사업도 시작했다.

당시는 실미도(2003년)와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가 연이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국내 영화배급 시장의 규모가 본격적으로 커진 시점이다. 롯데그룹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그룹 컨트롤타워격인 롯데정책본부장을 맡으면서 후계구도를 가시화 한 시기다.

극장업 부문은 아직까지 건재하다. 롯데쇼핑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30%를 기록했다. CGV에 이은 업계 2위다. 

 

문제는 올해다. 중앙일보 그룹 산하 제이콘텐트리가 지난해 7월 국내3위 극장체인 메가박스를 인수했다. 최근 메가박스는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점유율 확장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태양의후예 제작사인 NEW도 올해 4월 CGV신도림을 300억원에 인수하며 경쟁대열에 뛰어들었다. 인수를 이끈 김우택 NEW 대표는 메가박스 설립에 관여한 이 분야 최고 실력자다. CGV와 롯데시네마가 양분하던 시장구도에 균열 조짐이 보이는 까닭이다.

투자배급업을 운용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 성적은 이미 바닥권이다. 지난 2년간 영화 투자에 연이어 실패했다. 올해 배급 편수도 10편이 안 된다. 2011년 배급사별 점유율 25%로 2위를 기록했던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점유율이 4%로 추락했다. 사실상 중소업체 수준이다.

업계는 롯데엔터테인먼트가 2013년에 이미 성장 동력을 잃었다고 평가한다. NEW가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 두 작품 연이어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하면서부터다. 한 중견영화제작자는 “당시 NEW가 내부적으로 인력을 크게 늘리며 쇼박스와 롯데의 규모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엔터사업 부문은 여전히 별도 계열사가 아니다. 롯데쇼핑 내 일개 사업 부문에 불과하다. 독자적 돌파가능성이 어려운 까닭이다. CJ가 외부 전문가를 집중 수혈하며 엔터부문의 독자적 성장발판을 마련한 점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영화제작자 출신의 한 연구자는 “롯데엔터 초창기에 영화투자 건으로 사무실에 갔더니 CJ나 쇼박스와 달리 영화 쪽 일하던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본사에서 내려온 공무원과 얘기하는 분위기였다”며 “이후 영화 쪽 인원으로 물갈이가 되고 나서야 성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금으로선 롯데그룹 엔터사업부문이 기댈 버팀목은 시네마 부분의 영화관람 수익과 투자배급부문의 외화수입에 따른 수익 밖에 없는 모양새다. 사실상 현 상태 유지다. 롯데쇼핑이 정책본부와 함께 이번 검찰 수사가 집중적으로 겨냥하는 타깃이라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시네마도 갖가지 의혹에 휩싸였다. 13일 중앙일보는 검찰이 롯데시네마의 매점 사업권을 둘러싼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롯데그룹 압수수색 당시 시네마사업본부를 집중수색 했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롯데시네마 매점들의 수년간 매출이 담긴 회계 장부와 사업권 배정 관련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권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서유미 씨(신격호 총괄회장 셋째 부인) 모녀가 나눠갖고 있다. 검찰 측은 신 이사장과 서씨 모녀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나타난 불법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에 따라 롯데그룹 엔터사업부문에 더 큰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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