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탕감 못하는 채권자 중심 구조조정은 이제 그만"
"급격히 사람을 자르는 구조조정을 해선 안 된다. 해당 산업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잠재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 핵심이 인력이다. 조선업의 경우 인력이 기술이고, 기술이 곧 생산성이다. 구조조정은 채무 조정이 중심이 돼야 한다."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부소장(변호사)은 13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채권자 책임을 강조하는 구조조정을 제시했다.
조선·해운업의 대규모 부실에 대해 책임 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동안 수 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 생계를 잃었다.
일례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국책은행으로부터 4조2000억원을 지원받았지만 대규모 부실을 초래했다.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2015년 7308%로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다. 2014년엔 453%였다. 분식회계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직원 3000여명을 줄이기로 했다.
이를 참여연대는 어떻게 판단할까. 참여연대는 그 동안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은 인력을 자르는 방식이 아닌 채무 탕감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해운업 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을 무리하게 내쳐선 안된다는 것이다.
김성진 부소장은 "조선업은 기본적으로 사람 손으로, 몸으로 하는 일이 많다. 용접을 10년 한 사람은 정말 기술이 좋은 사람이다"며 "사람들을 자르는 식의 구조조정은 산업 구조조정에서 제일 하수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은 경영에 책임이 없음에도 부실 경영의 직격탄을 받는 존재"라며 "고용 안정을 도모하면서 회사 역량을 높이는 구조조정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역량을 유지하는 구조조정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의 건전한 역량을 존속시키기 위해 채무 조정이 중심이 돼야한다"며 "회사가 빚 탕감으로 살 수 있다면 빚을 탕감해야 한다. 이것이 법원의 구조조정 접근법이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자 중심 구조조정은 투자금이 아까워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돈을 더 지원하면서 회사가 나아기질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 채권자 스스로 채무를 탕감시켜 주기 힘들다"며 "채권자 중심 구조조정이 국가 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채무자의 부실 규모를 확정하고 그에 따른 이해관계를 제3자가 조정한다는 측면에서 법정관리가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소장은 "지금의 구조조정은 하청업체 중심으로 지역마다 수 천명씩 내보내는 방식이다. 울산, 거제, 통영에서 실업자가 넘쳐난다. 이런 방식의 구조조정은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 하는 방법도 밝혔다. "노조 협조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정규직의 양보를 통해 하청업체 직원을 다 자르는 인력 구조조정을 피해야 한다. 줄어든 근로자 수입은 정부가 실업 보험, 긴급 자금, 고용안정 기금 등의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
김성진 부소장은 장기적으로 노동자가 회사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는 회사에 사활적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 부소장은 "노동자들은 회사에 사활적 이해관계가 있다. 직장을 잃으면 생계가 흔들리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회사 경영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회사를 나가라 하면 나가야 한다. 누가 이렇게 회사를 만든지도 모른 채 말이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의 자발적 협조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른 채 일자리를 잃는 방식의 인력 구조조정은 사회 통합도 어렵게 만든다"며 "노동자들이 경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회사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자의 자발적 참여와 경영정보 공유는 건전한 노동 의욕, 건전한 노사관계, 전반적 사회 통합에 큰 도움을 준다"며 "노동자들을 지배와 종속의 대상으로 따돌리고 구조조정 희생양으로 삼아선 안 된다. 이들을 회사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있는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입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부소장은 독일의 '노사 공동 결정제도'를 소개했다. 그는 "독일에서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한다. 큰 회사의 경우 감독 이사회의 반을 노동자가 선임한 이사로 꾸린다"며 "유럽 여러 나라에서 노동자가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