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용 부동산 인기…낙찰가율 100% 넘는 건 기본
“아파트값이 워낙 비싸니까. 전세랑 차이도 별로 없고. 차라리 경매로 싸게 매물을 구하면 환금성 등을 고려해도 이득이라고 생각하는데.” 경매 입찰자가 말한 경매참여 이유다.
9일 단오를 맞아 서울 최고 온도는 30도까지 치솟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 주인을 맞이하려는 매물을 싼값에 구매하려는 입찰자들의 열기가 법정 밖 초여름 날씨에 뒤지지 않았다. 경매법정으로 가는 이들이 삼삼오오 줄을 이뤘다.
서울지법 경매법원은 강남, 서초, 관악, 송파, 중구에서 나온 경매매물을 입찰한다. 9일 나온 매물은 30여개로 개수만큼 종류도 다양했다. 대지는 물론 아파트, 다세대(빌라), 다가구(원룸 등),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은 물론이고 근린상가와 화물차, 승용차도 입찰에 부쳐졌다. 본래는 종교시설도 나올 예정이었지만 입찰기일이 변경돼 입찰대상에서 제외됐다.
경매법정 앞 입찰자들이 대기하는 공간은 북새통이었다. 경매참여자들은 물론이고 경매정보 안내 사이트·경매학원을 홍보하는 이들도 다수 있었다. 임수빈씨(65·남)는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자연스레 시중가격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구할 수 있는 경매를 배우려는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경매를 주관하는 집행관이 입찰시작을 알렸다. 옆자리에 앉은 사무관이 ‘기일입찰표’라 적힌 입찰서류를 배부했다. 300여 좌석 중 절반이 채워졌다. 법원 관계자는 “매물이 적어서 그렇지 (매물이) 70개가량 나오면 300명도 넘게 참여한다”고 말했다.
경매는 채권·채무관계에서 시작한다.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면 채권자는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강제매각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매각은 경매법원에서 최고가 입찰을 통해 이뤄진다.
가장 높은 입찰금액을 써낸 사람이 낙찰받는 만큼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무슨 물건을 보러 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든 입찰자가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타인이 자신이 눈여겨 본 매물을 동시에 원하는 경우 비장의 패를 알려주고 싶어하지 않는 심리다. 그만큼 입찰가격은 매우 중요한 비밀사항이다. 이에 법정에서도 가격을 기입하는 입찰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준다. ‘경매에 참여할 의사없이 참관만 하러 왔다’는 얘기를 꺼내야만 참가자들과 대화를 진행할 수 있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평균 분양가는 3.3㎡당 2237만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재개발 이슈로 재고 아파트 매매값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세를 마련하자니 매매값과 별 차이가 없고 임차인이라는 불안정한 신분으로 꺼려진다. 목돈이 모이지 않은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에게 새집을 통한 내집 마련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경매학원에서 나온 이들은 대다수가 30대 초중반의 젊은층이었다. 이들은 재테크 목적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살집을 구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매학원을 다니는 김사현씨(30·여)는 “결혼하는데 집은 필수 아니냐”며 “미리미리 공부하는 셈치고 견학왔다”고 말했다.
이에 주거용(아파트·다세대·오피스텔) 부동산 인기가 뜨거웠다. 입찰시한이 지나고 개찰이 시작될 때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수차례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하락한 매물도 입찰가격을 초기 감정가보다 높게 써낸 입찰자가 다수였다.
이날 경매법정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매물은 재건축 예정 아파트였다. 집값 상승이 보장된 매물이기에 응찰자가 25명이나 몰렸다. 개별매물당 입찰자가 평균 5명이었음에 비춰보면 압도적인 관심이다. 해당 아파트는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 116%를 기록했다.
경매가 끝나고 법정 밖으로 나오니 여러 사람이 명함을 돌리고 있었다. 매물을 낙찰받은 이들과 시중은행을 연결해주는 중개인들이었다. 자신을 중개인들의 팀장이라 소개한 김씨(34·여)는 “원하는 매물이 낙찰되면 기분좋지 않냐. 우리는 급전을 대출하도록 도와줘 행복을 배가해준다”는 우스개 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