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기준 상향조정이 변수라는 견해도 나와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유통 대기업을 겨냥한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여소야대를 등에 업고 유통 대기업을 정조준 하는 모양새다. 다만 9일 결정된 대기업집단 기준 상향조정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우원식 의원(노원을·3선)은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지난 2일 대표 발의했다.
우 의원은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가 사라진 후 재벌 등 대기업이 영세한 도매·소매업, 식자재납품업, 음식점업 등 각종 분야로 무분별하게 진출했다”며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적합업종제도의 경우 실효성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우 의원은 법안을 통해 적합업종의 심사주체를 중소기업청으로 이관해 실효성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백재현 의원(광명갑·3선)도 “그전까지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청장에게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중소기업청장의 사업조정권을 보다 강화한 내용의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실제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 폐지 이후 유통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이 첨예한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동반성장위원회는 2013년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사업 진출과 신규 점포 출점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규제의 틀 밖에서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방송인 백종원 씨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가 대표적 사례다.
우 의원은 같은 날 중소기업·중소상인적합업종보호기금 설치를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대표 발의했다. 중소기업·중소상인의 보호·육성을 목적으로 둔 중소기업·중소상인적합업종보호기금이 법안의 골자다.
이 같은 움직임의 저변에는 여소야대로 변한 정치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통령 선거도 변수로 떠올랐다. 야당 사이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질수록 경제민주화 법안을 통한 선명성 경쟁이 가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유통 대기업이 주된 규제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민사회는 정치권에서 잇따르는 유통 대기업 규제 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민생고가 심해지면서 골목상권 보호,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 법안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데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여소야대가 됐는데도 이를 통과 못시키면 국민들이 여소야대를 만들어준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야당과 정책보조를 맞춘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참여연대·전국유통상인연합회·민주노총·청년유니온 등 16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5일 롯데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 신세계, 현대, GS, 홈플러스 등 대형유통재벌들이 서비스산업발전법, 규제프리존 등을 통해 빵집, 편의점뿐만 아니라 이·미용실까지 진출하려 한다”고 강도 높게 규탄했다.
다만 대기업집단 기준 상향조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상호출자·채무보증이 제한되는 대기업집단 지정 자산 기준을 8년 만에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높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통대기업 중 하림과 이랜드, 하이트진로 등이 제외될 전망이다. 안진걸 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림 등 제외된 업체도 내로라하는 대기업이고, 특히 협력업체와의 갑을관계 이슈도 많은 곳들”이라며 “대기업 민원 들어주기”라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공정위 발표 직후 논평을 내고 “이번 기준 상향으로 37개 대기업집단, 618개 계열사가 규제에서 벗어남에 따라 골목상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특히 카카오, 하림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택시, 대리운전, 계란유통업 등 골목상권 위주로 진출함에 따라 중소상인들과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