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값에 수입차 구매 기회 주자 판매량 반등…전문가들 “소비자 의식 변해야”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9개월이 넘게 기준치의 마흔 배가 넘는 질소산화물(NOx)을 내뿜는 폴크스바겐 12만대 이상이 꾸준히 굴러다니고 있다. 오히려 그 양은 늘어나는 추세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배출가스 조작(디젤게이트)으로 물의를 빚은 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여전히 굳건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배출가스 불법조작 혐의로 판매정지와 형사고발 등 강력한 제재를 취하고 있음에도 폴크스바겐 판매량은 지난달 수입차업계 4위를 기록했다. 4월보다 두 계단 올라섰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은 지난달 769대가 팔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단일 모델 기준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폴크스바겐 소형차 골프 2.0 TDI는 602대가 팔리며 판매량 4위에 올랐다.

 

지난달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단일 모델 기준 최다 판매를 기록한 폴크스바겐 SUV 티구안. / 사진 =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디젤차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가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특히 티구안 만큼은  환경부가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에 배출가스 조작 개선 소프트웨어 우선 제출을 명령했지만 리콜 계획서 내용과 달리 현재까지 독일 인증기관으로부터 리콜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는 배출가스 조작 혐의에도 불구하고 폴크스바켄 차량 판매가 견조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독과점 구조나 다를 바 없는 국산차 중심의 한국 자동차 시장 구조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허 교수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 자동차만 타온 소비자들에게 디젤게이트는 같은 값에 수입차를 탈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국산차에 싫증이 나던 차에 1000만원씩 할인해 준다고 하니까 당연히 수요는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는 배출가스 조작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9월 이후 리콜 계획을 놓고 환경부와 핑퐁 게임을 하는 동시에 판매에 열을 올렸다.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판매 독려를 위해 파격 조건을 내걸었다. 주력 차종 15% 할인에 더해 5월 한 달간 0.24~1.22%의 저금리 유예할부와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실시했다.

폴크스바겐은 앞서 디젤게이트 논란 직후 판매량 급감을 경험하고 전 차종 무이자 할부에 최대 1800만원 할인을 내걸기도 했다.
 
한 때 주춤했던 폴크스바겐 국내 시장 판매량이 연비조작 사태 이전으로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한 보상과 차량 리콜 등도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폴크스바겐은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경영을 하고 있다”며 “시장 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사태는 회사가 잘못을 시인하고 사회적으로 납득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해결할 수 있다”며 “소비자도 싼 가격에 맞는 편익은 자신이 갖고 배기가스는 나누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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