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총재 “가계부채 면밀히 살필 것·자본유출 우려 크지 않아”
이주열 한은 총재는 "수출 감소세와 소비 등 내수 개선 움직임이 약화된 데다 기업구조 조정 추진, 글로벌 교역 부진으로 성장 경로상 하방 리스크가 증대됐다“며 기준금리 인하 이유를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번 결정이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했음을 전했다.
이 총재는 예상을 깬 금리인하 결정에 대해 "시장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상황에 맞춰 정책을 운용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 4·5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하 여지와 여력이 있지만 타이밍을 보고 있다고 말한 점에서 금리 인하 시그널을 충분히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로 인한 가계부채 우려에 관해 "가계부채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지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조금씩 달라진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여신심사 기능이 본격화되고 비은행권도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정책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할 경우 감독 당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미국이 고용 부진으로 정책금리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지난 6일 옐런 의장이 이번 고용지표가 일시적임을 언급했고 노동시장이 수년간 개선되어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금리 인상 시기가 그렇게 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외금리차로 인한 자본유출을 우려하는 기자의 질문에 “자본유출 가능성도 늘 우려하지만 기초여건이나 국내 은행 외환 건전성이 높고, ECB나 BOJ는 완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달 금리를 내리더라도 급속한 자본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하가 국책은행 자본확충안이 결정된 후 구조조정을 원활히 이끌기 위해 선제적으로 단행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을 염두하고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 어려운 경기 여건에도 금리인하 카드를 아껴 하반기 경기운영방안을 확인할 정도의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책효과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발언이 나왔다는 점도 6월 인하를 예상케 했다고 전문가들은 언급했다. 최운선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일부 금통위원의 기준금리 인하관련 언급이 FOMC 불확실성을 압도했다"고 말했다.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이 총재는 추가금리 인하 여지에 대해 "과거 금리를 내리면 두 차례 내린 적 있지만 하나의 패턴으로 보지는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한국이 기축 통화국이 아닌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라 자본유출 위험, 국가 신용등급 차이를 감안할 때 주요 선진국보다는 금리가 높아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여삼 연구원은 "시장 기대보다 빠른 6월에 금리 인하가 단행되었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도 인하 여부와 상관없이 추가 인하에 대한 정책기대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혁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업 구조조정 등 성장 하방 리스크와 한은이 예상한 성장경로 이탈 가능성 등으로 추가 인하 기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추가 인하를 예상했다. 그는 “추가 인하가 없으면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한 번으로 끝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단기간에 금리 인하를 하진 않겠지만 효과 극대화를 위해 연내에 한번 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김문일 이베스트 연구원은 연내 추가 인하를 예상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를 기점으로 기준금리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더 떨어진다 해도 경기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상황이 호주와 비슷한데도 호주는 연 1.75%를 유지하고 있다”며 “차후 경기 상황을 보며 금리 인상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