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월만에 금리 인하...구조조정 앞둔 국내 경기 부진 반영

 

한국은행은 9일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 낮췄다. / 사진=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본회의에서 1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 낮췄다. 


오는 14~15일 열리는 연준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와 23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탈퇴)결정 투표 같은 국제시장에 큰 영향을 줄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금리 조정이 쉽지 않았지만 국내 경제여건이 부진한 탓에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발표된 미국 비농업 고용지표는 시장이 당초 예상했던 16만명 증가에 못 미친 3만8000명에 그쳤다. 지표가 예상을 하회하자 미국 FOMC가 정책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기회를 잡았다는 평이 있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았다. 한은이 먼저 금리를 인하한 후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내외금리차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시장전문가 중엔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을 전망하는 편이 많았다. 지난 7일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9.4%가 현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김은혜 KR선물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 축소로 인한 자본 우출 우려는 적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실제 한미 금리차 축소나 역전이 반드시 외국인 자금유출이나 환율급등으로 연결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금리인하 여건이 조성된 상황에서 타이밍을 고려하면 6월 인하가 가장 적절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수출, 물가, 생산 등 지표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본확충방안 마련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어 하반기 경기 하방 리스크가 더욱 높은 상황이었다"고 했다.

또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사실상 인하 소수의견이 나왔고 KDI에서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해 선제적 금리인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언급했다.

김문일 이베스트 연구원은 “최근 들어 우리 경제 성장률이 0%대를 유지한 점과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금리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며 “국내 경제상황이 크게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를 기점으로 기준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더 떨어진다 해도 경기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 상황이 호주와 비슷한데도 호주는 연 1.75%를 유지하고 있다”며 “차후 경기 상황을 보며 금리 인상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날 정부와 한은이 국책은행의 자본확충펀드 조성을 골자로 한 방안을 발표한 것이 인하 결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추가 인하도 예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추가 인하가 없으면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한 번으로 끝내진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단기간에 금리 인하를 하진 않겠지만 효과 극대화를 위해 연내에 한번 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