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코코본드 매입…"국회 승인 피하려는 꼼수" 비판 거세
정부가 직접출자(1조원)와 한국은행(이하 한은) 대출(10조원)을 통해 11조원 규모 자본확충펀드를 만든다. 자본확충펀드는 국책은행의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을 매입해 구조조정 실탄을 마련한다. 하지만 한은이 코코본드에 대출하는 이런 방식은 법망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8일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우선적으로 수출입은행에 현물출자 1조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금출자의 경우 2017년 예산에 산은, 수은 출자소요를 반영한다.
또한 정부와 한은은 국책은행자본확충펀드(11조원 한도)를 조성해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하기로 했다. 펀드(SPC)는 자산관리공사가 설립한다. 한은 대출(10조원 한도, 도관은행 경유)을 주된 재원으로 운영한다. 펀드는 산은과 수은이 발행하는 코코본드를 매입해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한다. 코코본드는 유사 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는 조건이 붙은 회사채다.
정부는 신용보증기금의 지급보증을 통해 한은의 손실위험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사실상 정부가 원금회수보증을 하는 셈이다. 그 밖에도 정부는 국책은행자본확충펀드 운영위원회 설치·운영 등을 통해 한은 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한은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매입하는 것은 현행 한은법상 불가능하다. 산업금융채권(산금채)를 사려면 정부의 지급 동의가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위험자산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해 안정성을 담보하려는 취지다. 그런데 한은이 산은이 발행한 코코본드를 시중은행을 통해 매입하는 것은 금통위 결정만으로도 가능하다. 코코본드를 활용한 자본확충펀드 조성이 우회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가 한은을 동원한 자본확충펀드조성은 공적자금 투입은 국회승인 절차 없이 우회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공적자금을 국책은행의 부실을 메우는데 활용하여 부실경영과 관리 책임을 져야 할 국책은행과 기업들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기존 정부주도 관치금융의 잘못된 방안을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경우 필요한 이유, 규모, 사용처를 국민들에게 명확히 밝히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만약 불가피하게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정부가 직접 산은 자본출자를 하던지, 한은 자본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한은 자본을 차입 후에 출자하는 것이 정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