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주요인, 질소산화물 아닌 분진...경유차 ‘마녀사냥’ 자제해야

직장인 김가은(34·여)씨는 지난해 힘들게 돈을 모아 폴크스바겐 제타 2.0 TDI 모델을 구매했지만 최근 주변 시선에 마음이 불편하다. 그는 회식자리에서 “경유차는 화물차나 공용 대중교통이 아니면 다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폴크스바겐으로부터 불거진 배기가스 조작 파문이 미쓰비시, 닛산 등으로 확산되면서 경유차 구매자들이 주변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경유차를 지목하고 나선 탓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범정부 미세먼지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미세먼지 특별대책 세부사항엔 경유차 미세먼지 감축이 첫째다.

 

미세먼지 특별대책과 종전대책의 차이점. / 자료 = 환경부
정부는 또 미세먼지 특별대책으로 배출가스 기준 이하인 경유차에 주어지던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혼잡통행료 50% 감면, 공영주차장 할인 등의 각종 혜택을 폐지했다.

정부가 경유차에 등을 돌리면서 ‘클린 디젤’이란 이름으로 각종 혜택을 받았던 경유차 구매자들은 졸지에 미세먼지 발생 주범이 됐다.

민씨는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이 문제인 것은 맞지만 미세먼지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모르겠다”며 “디젤 자동차 비율이 높은 유럽은 서울과 비교해 미세먼지 수준이 낮지 않나”라며 의문을 표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경유차 배기가스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미세먼지 발생원인은 디젤 게이트로 문제가 되는 질소산화물(NOx)이 아니라 경유차 배기 물질인 분진이라는 주장이다.

경유차는 주행 중 입자 성분인 미립자상 물질(PM)과 가스 형태인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황산화물 등을 배출한다. 문제는 현재 기술로는 PM과 질소산화물로 대표되는 배기가스를 동시에 줄일 수 없다는 점이다.

분진을 줄이기 위해서는 연소온도를 높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질소산화물이 늘어난다. 반대로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연소온도를 낮추면 분진인 PM이 증가한다. 때문에 완성차 업체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를 이용해 배출가스를 줄이고, 매연저감장치(DPF)를 사용해 분진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지난해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은 미세먼지 배출이 아니라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 환경부가 실시한 디젤 자동차 실도로 배출가스를 측정도 질소산화물이 기준치를 초과 확인이었다. 미세먼지와는 다른 문제인 셈이다.

다만 경유차에 설치한 DPF가 입자가 가는 PM2.5 수준의 미세먼지(매연)를 제대로 거르지 못하는 점은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된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문제라면 휘발유 차량도 PM 배출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독일자동차클럽 ADAC(Allgemeine Deutsche Automobil Club)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가솔린직분사(GDI) 엔진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간접분사 방식인 디젤 엔진보다 10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기술연구원 실험에서도 휘발유 차량이 1㎞당 0.0018g의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유 차량이 1㎞당 미세먼지 0.0021g을 배출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에 대해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경유차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한 이유는 분진으로 인한 1차 발생원인이 아니라 2차 발생원인 탓”이라며 “경유차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 그리고 황산화물은 대기 중에 있는 오존이나 암모니아 등과 화학적 반응을 해 2차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환경부는 최근 '미세먼지, 도대체 뭘까?'라는 소책자를 발간하고 우리나라 수도권의 경우 2차 미세먼지 비중이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의 2/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 준중형 세단 제타. / 사진 =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반면 다수 환경 전문가들은 질소산화물이 대기 물질과 화학반응을 보여 미세먼지가 된다고 명확하게 입증된 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독일 환경부는 “미세먼지 발생에 질소산화물이 영향을 주긴 하지만 주범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환경부가 경유차의 미세먼지 배출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환경부는 외부 용역으로 운행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사업 종합평가 연구를 진행하고 2001년 자료 근거로 미세먼지의 67%가 경유차에서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2001년은 우리나라가 유럽연합 경유차 배출가스 규제를 위한 유로 기준을 도입하기 전이다. 한국은 2005년 유로 기준을 도입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5년 이전에 생산된 경유차 가운데 410만대 가량이 운행 중이다. 이들 노후 차량은 ㎞당 4000g, 대형 화물차는 9000g의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로6 기준에서 경유차가 1㎞당 0.08g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것과 비교하면 노후차 1대가 9000g을 배출하는 미세먼지 양은 유로6 경유차 11만대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에야 가솔린직분사 엔진 미세먼지 조사에 들어갔다”며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명확한 원인을 찾지도 않고 경유 차량에만 한정한 마녀사냥식 대책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세먼지라는 것은 중국발 미세먼지, 화력 발전소, 타이어나 지반 등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생하는 것”이라며 “자동차가 미세먼지 발생의 10%를 차지한다고 할 때 그 중 경유차가 차지하는 부분은 적다며 철저하게 원인을 밝혀 제대로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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