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장급 아닌 팀장급도 강사에 투입…'부실 교육' 우려
금융감독원이 전국 300개 대학에 '실용금융' 교양강좌를 개설하도록 교재와 강사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강사들은 강의료를 받지 못한 채 강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진에는 3급에 해당하는 수석조사역도 참여하고 있었다. 애초에 금감원이 금융감독 업무 경험이 풍부한 부국장급 이상 직원들로 강사를 구성하겠다는 설명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부터 전국 대학에 실용금융 강좌 개설을 위한 교재와 강사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1학기 전국 대학에 개설된 실용금융 강좌는 교양 20개, 전공 7개, 비교과 1과목 등 28개에 달한다. 대학 실용금융 강의에 나가는 금감원 직원은 7명이다. 보통 2, 3개 수업을 맡고 있다.
실용금융 교육 강사로 나서고 있는 금감원 한 고위 관계자는 "서울, 지방 가리지 않고 다니면서 한 수업에 많게는 100명이상 되는 학생을 만나야 한다"며 "수백 명이 되는 학생 출석 관리, 시험 관리, 학점 부여 등 교수의 기본적인 업무를 다 하면서 금융 상담을 해오는 학생까지 관리하다보니 업무량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업 전부터 강의 준비로 분주하지만 정작 강의료는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금감원이 강사들을 봉사개념으로 내보내는 것 같다"라며 "수업이 있는 날 식비는 1만원만 제공된다. 점심만 먹고 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실용금융 수업에서 사용하는 파워포인트(PPT) 자료도 금감원이 외주업체를 통해 만든 자료로 알려졌다. 전 대학에 설치된 실용금융 수업에서 동일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학생 중에는 전문 금융지식을 갖춘 학생이 있다. 파워포인트 자료가 부실한 나머지 학생들에게 '이런 자료를 틀어놔서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라며 "금감원이 배포한 실용금융 교재도 내용이 부실한 부분이 많다. 수업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프린트를 따로 배포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부국장급 이상 금감원 직원이 강사로 나가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경력이 적은 팀장급 직원도 강사로 나가는 실정"이라며 "업무 과중에 강의료는 없고 팀장급도 강의에 나가고 있다. 전 대학에 이런 방식으로 실용금융 강의가 도입되면 수업 부실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측은 실용금융 대학 수업은 업무 중 일부에 해당해 강사에게 별도 강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정은 금감원 금융교육국 팀장은 "강사도 금감원 직원이다. 외부에서 강사를 초빙하면 강사료를 지급하는 게 맞지만 금감원 직원이 근무 시간 중에 대학 수업을 하기 때문에 특별히 강사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팀장은 이어 "강사진에 들어간 3급 수석조사역이 팀장급이기는 하지만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특이한 케이스"라며 "7명의 강사 중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부국장급 이상에 해당한다. 앞으로도 부국장급 이상 직원 중 대학 강의를 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한 직원을 강사진으로 선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