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액시올 인수에 3조원 '통큰 배팅'…일각에선 재무부담 우려
롯데케미칼이 거대 화학사로 진화하고 있다. 설비 투자는 물론 거대 인수합병(M&A)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케미칼사업을 그룹의 주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화학사 액시올(Axiall Corporation)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7일 공시했다. 액시올은 미국 상장사로 지난해 매출 4조원을 올렸다. 액시올은 파이프의 주 원료인 폴리염화비닐(PVC)과 PVC 건축자재 등 유도체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롯데케미칼은 액시올의 주식 7059만주를 100%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이 제시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는 미국 웨스트레이크(Westlake Chemical Corporation)가 4월 액시올 주식을 주당 23.35달러에 구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이 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현지시각) 롯데케미칼이 인수금액으로 26억달러(약 3조92억원)가 넘는 금액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인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케이피케미칼, 말레이시아 타이탄 등 대규모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며 “롯데케미칼은 매년 2조원 이상의 현금을 창출하고 있어 액시올 인수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이 이번 인수에 성공하면 연매출 규모가 21조원으로 늘어난다. 이로써 롯데케미칼은 매출 기준 세계 12위권 대형화학사가로 올라서게 된다. 게다가 올레핀 및 아로마틱 제품군에서 유도체까지 상품 포트폴리오가 확대된다. 액시올이 보유하고 있는 북미 시장 점유율도 흡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롯데케미칼은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에탄분해설비(ECC) 투자로 원료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10년 간 투자한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화학단지를 완공했다. 롯데케미칼은 이 곳에서 천연가스로 폴리에틸렌(PE·Polyethylene), 폴리프로필렌(PP·Polypropylene) 등 합성수지를 생산한다. 이 프로젝트를 완성함으로 롯데케미칼은 원유로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납사분해설비(NCC·Naphtha Cracking Center)와 ECC를 모두 보유한 화학사가 됐다.
롯데케미칼은 미국에서도 ECC 설비를 건설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2조9000억원을 투자해 액시올과 미국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ECC를 건설하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에 위치한 이 설비는 2018년 말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앞선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삼성그룹의 화학사업 부문을 인수하는데 약 2조8000억원을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삼성SDI 케미칼 부문을 인수하는데 2조3265억원, 삼성정밀화학을 인수하는데 4650억원을 투자했다.
롯데케미칼의 이런 행보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지난달 수르길 가스전 화학단지 준공식에서 “그룹 미래 먹거리인 석유·화학·소재사업을 유통과 같은 비중으로 키울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의 과도한 투자와 인수합병이 회사 재무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장기신용등급을 A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향후 대규모 자금소요에 따른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액시올에 대한 구체적 인수 금액이 나오진 않았지만 2조원대는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롯데케미칼에게 적지 않은 금액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도 롯데케미칼의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를 보였다. 7일 액시올 인수 소식이 나오자 롯데케미칼 주식은 전날보다 3.52% 하락한 26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