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화된 모바일게임 대체할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

 

 

지난 5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2016 플레이엑스포'의 드래곤플라이 전시장. 관람객들이 스페셜포스 VR을 체험하고 있다. / 사진=드래곤플라이

 

최근 게임업계의 화두는 가상현실(VR)이다. 전 세계적으로 VR게임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도 게임시장에서 빠르게 추격중인 중국을 따돌리기 위한 신성장 동력으로 VR게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형 게임업체들에게 모바일 시장을 내준 중견 업체들은 VR게임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슈퍼데이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VR게임 시장 규모는 올해 51억달러(약 6조3000억원)에서 내년 89억달러(약 11조원), 2018년에는 123억달러(15조2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미 페이스북, 소니, 구글,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은 VR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해 VR기기 및 플랫폼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전 세계 게임업체들도 VR기기와 호환이 가능한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VR게임이 현재 게임업계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모바일 게임을 대체하고 새로운 주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국내 게임업계는 1990년대 PC게임에서 2000년대 온라인게임으로 그 중심이 옮겨갔다. 이후 2010년대에 들어서는 모바일게임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게임은 최근 한국 게임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제작 및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고 해외 대형 게임사의 공세로 빠르게 레드오션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국내 게임 개발사를 대상으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확대하며 국내 게임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 게임 개발 역량이 빠르게 상승해 한국 개발사들과의 격차가 감소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내 업체들은 큰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등장한 것이 VR게임이다. 국내 업체들은 이미 레드오션화된 모바일게임에서 벗어나 VR게임을 통해, 새로운 활로 찾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VR게임에 적극적인 곳은 중견 게임업체들이다. 대표적으로 드래곤플라이, 한빛소프트, 엠게임 등이 있다. 이들은 아직 시장 형성단계인 VR게임 시장에 먼저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고 이를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반면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 빅3(매출 기준)는 VR게임 개발에 뛰어들지 않고 여전히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소게임사들이 출시할 VR게임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VR게임 성장성이 확실해졌을때 빅3 업체들도 VR게임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VR게임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드래곤플라이다. 드래곤플라이는 지난 4월 광주에 ‘체감형 VR 센터’를 설립할 정도로 VR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자사의 인기 1인칭슈팅(FPS)게임 ‘스페셜포스’의 VR버전인 ‘스페셜포스 VR’을 개발중이다. 스페셜포스 VR은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게임 이용자는 VR기기를 이용해 실제 총을 쏘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드래곤플라이는 또 유아용 변신로봇 캐릭터 ‘또봇’의 지적 재산권(IP)을 활용해 만든 VR레이싱 게임도 하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한빛소프트 역시 기존 게임의 VR버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온라인 댄스 게임 ‘오디션’을 활용한 ‘프로젝트 A’를 비롯해 온라인 RPG ‘헬게이트’의 VR 버전 게임을 플레이스테이션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빛소프트는 또 요리사를 모델로 한 ‘프로젝트 K’, 3인칭 슈팅게임(MOTPS) ‘프로젝트 H’ 등 프로젝트 A와 헬게이트 VR을 포함해 5종 이상의 VR게임을 준비 중이다.

엠게임은 VR게임 개발을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손을 잡았다. 엠게임은 내년 3월 음성 인식 기술로 진영 배치 및 전투가 가능한 전략 게임 ‘갤럭시 커맨더’를 출시할 계획이다. 우주 함대 전투를 주제로 한 VR게임 갤럭시 커맨더에서는 우주선 내부 체험과 행성 탐험 등을 즐길 수 있다.

엠게임은 또 인기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의 VR 버전도 준비하고 있다.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프린세스 메이커 2’를 기반으로 하는 ‘프린세스 메이커 VR’은 딥 러닝을 활용해 게임 속 캐릭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도 선보일 방침이다.

농구 게임 ‘프리스타일’의 제작사로 유명한 조이시티도 모바일 게임 ‘건쉽배틀’을 활용한 VR 게임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싼 VR전용 기기 가격과 VR게임 장비인 HMD(Head Mounted Display) 착용의 불편함 등으로 인해 VR게임이 대중화에 실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도 일부 하드코어 게이머들로 수요가 한정돼 있는 상황이다. 과거 3D TV의 실패 사례를 답습할지도 모른다는 견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VR기기와 관련해서 개발 업체들도 기기 개선을 통해 멀미 방지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가격 역시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점차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조영기 한국콘텐츠연구원 산업분석팀 책임연구원은 “국내 게임업체의 경우 기존에 개발했던 게임들의 그래픽 리소스 등이 충분히 축적돼 있어 VR게임으로의 전환 및 연계 개발이 용이하다”며 “다수의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개발을 지속해 온 결과, 영향력있는 IP가 확보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대작 온라인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수준높은 개발 인력과 삼성, LG와 같은 국내 VR기기 개발업체도 다수 존재한다”며 “이러한 조건들을 잘 활용한다면 상대적으로 용이한 개발 여건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